납작 엎드린 새누리당…당청관계 靑주도 모드로 완전복귀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16일 있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로 정리된 청와대와 여당 간 주도권 싸움의 승자를 위한 일종의 세레모니 같았다.
이날 청와대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한결같이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는 말로 승자를 예우했다. 박 대통령은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로써 비박계 당대표(김무성), 국회의장(정의화), 원내대표(유승민)의 연이은 당권 장악으로 촉발된 청와대와 여당, 비박계와 친박계의 주도권 경쟁은 청와대 및 친박계의 완승으로 종결됐다. 박 대통령 취임 후 1년 여간 지속돼 온 청와대 주도의 당청관계로 완전히 되돌아온 것이다. 당청 불협화음 틈새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당의 '어부지리' 전략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이날 회동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는 게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일단 회동의 명분은 새 원내지도부와의 상견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불신임 발언과 친박계의 압박 끝에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한 뒤 추대 형식으로 신임 원내대표에 취임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에서 새 지도부 출범을 축하하고, 당정청이 한 목소리로 개혁과제를 수행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전문.
"새누리당의 새 원내지도부 출범을 축하합니다. 또 우리 김무성 대표께서 취임 1주년을 맞으셨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많았는데 잘 이끄시느라고 1년 동안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이 새 원내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해서 당이 더욱 국민 중심으로, 취임 1주년 앞두고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더욱 국민 중심으로 나아가고, 또 우리 관심사항이 그거 아닙니까. 국민이 힘든 부분이 뭔가, 거기에 집중해서 그것을 어떻게든지 해결하고, 모든 역량을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이렇게 쏟고, 당정협의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정청이 앞으로 하나가 돼서 지금 꼭 해야만 되는 개혁과제들이 있는데, 지난번에 공무원연금도 그런 꼭 필요한 개혁 과제 중에 하나였지만, 그런 과제들, 또 노동개혁이라든가 이런 것을 잘 실천을 해서 경제도 살리고, 더 나아가서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그렇게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국민 중심의 정치를 꼭 이루어서 국민 중심의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 모범을 이번에 잘 보여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이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화답은 대동소이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께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 당의 새 지도부들을 위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당에서 책임지는 그런 자세로 같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원유철 원내대표다.
"지난번에 제가 정책위의장으로 인사드리러 왔을 때는 대통령님 선거운동 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코피 흘린 얘기를 했는데요. 이제 원내대표가 돼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도록 하겠습니다. ( 일동 웃음 ) (박 대통령 : 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잘 하십니까)
"그리고 또 우리 당 대표님을 비롯해서 당에서 부족한 저에게 또 김정훈 정책위의장님과 함께 합의로 이렇게 저희들을 선출해 주셔서 저희들의 선거비용이 남았습니다. (일동 웃음) 그래서 떡을 사서 어제 다 돌렸습니다. 찰떡을 사서 돌렸는데요. 당내 화합하고, 당청 간에 찰떡 같이 화합을 해서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당청 간에 소통과 협력으로 앞으로 많은 일을 하자, 대통령님 잘 모시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잘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의 말을 받아 "말씀만 들어도 든든합니다"라고 했다.
여기까지가 공개된 회동의 첫 장면이다. 회동은 30여분간 진행됐고, 이후 22분 동안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단독회동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으로 돌아와 브리핑을 열고 "당의 새 지도부 선출 계기로 앞으로 당정청이 중심을 잡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 목소리로, 올바른 목소리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김 대표 간 독대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22분간 나라를 걱정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회동을 계기로 당청 관계자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공식회의도 잇따라 재개되며 국정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고위 당정청회의가 곧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당정청 정책협의회도 주기적으로 개최될 전망이다. 아울러 공무원연금법을 비롯해 추경안, 4대 부문 구조개혁, 경제인 포함 특별사면 등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입장에선 대화와 협의를 중시해온 유승민 전 원내대표 때와는 사뭇 달라진 적수를 맞게 셈이어서 앞으로 국회에서의 잦은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분당 논란 등 내홍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여권의 전방위적 협공에 효과적으로 응수할 내적 에너지를 쌓지 못하고 있어 올 하반기 정국은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는 일방향 모드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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