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최용수 감독, 장쑤 세인티서 파격 제안 받아
中 리그 자금공세, 선수 이어 감독까지 뻗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중국 발 '머니파워'가 한국 프로축구를 위협하고 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급기야 지도자들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FC서울의 최용수 감독(42)은 중국 리그 소속 장쑤 세인티의 영입제안을 받았다. 장쑤는 연봉 20억 원(추정치), 계약기간 2년 6개월로 합계 50억 원을 제시했다. 최 감독은 FC서울에서 연봉 4억 원(추정)을 받는다. 그는 "시즌 도중 팀을 떠나기는 쉽지 않다. 구단과 상의해 곧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이재하 단장(52)도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합의를 마치고 공식 발표만 남은 상황이다.
최 감독은 지난달 28일 장쑤의 제안을 받고 구단에 사실을 알렸다.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호기심, 선수와 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오른 FC서울과의 인연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 동안 김정남(74·전 칭다오), 박종환(77·전 우한), 차범근(62·전 선전), 박성화(60·전 다롄 스더), 이장수(59·전 베이징·광저우) 등 많은 지도자들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최 감독처럼 파격적인 제안을 받은 경우는 없다.
중국의 축구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스벤 예란 에릭손(67·스웨덴), 마르첼로 리피(67·이탈리아),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67·브라질) 등 이름난 감독들이 경쟁하는 무대다. 최 감독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 팀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3년에는 조별예선에서 장쑤와 두 차례 대결(5-1, 2-0)해 모두 이겼고, 그 해 중국 슈퍼리그 우승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접전을 하며 준우승했다. 슈퍼리그 구단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지난해 4강, 올해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지도자를 겨냥한 장쑤의 영입 제안은 자금력을 무기로 한국의 주축 선수들을 흡수하던 중국 축구의 투자와 성장세가 궤도에 올랐다는 증거다. FC서울에서 뛰던 K리그 득점왕 출신 데얀 다미아노비치(34·베이징 궈안)는 지난해 연봉 20억 원에 장쑤로 이적했다. 서울에서 받던 연봉(9억원·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다.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 하대성(30·베이징 궈안), 김주영(27·상하이 둥야), 장현수(24), 박종우(26·이상 광저우 부리) 등 국가대표 출신의 20대 중·후반 선수들도 중국에서 뛰고 있다. 이적 선수 연봉도 10~20억 원 대로 국내의 서너 배나 된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은퇴를 앞둔 노장 선수들의 마지막 행선지가 아니다.
국내 리그는 내실을 강조해왔지만 중국 축구의 공세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주축 선수들을 중국에 넘기고 이적료를 받아 살림을 꾸려가는 '셀링 클럽'들이 점차 늘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돈만 쫓아 움직인다'고 비난할 수 없다. 프로는 몸값으로 실력을 평가하고 자유롭게 팀을 옮기는 무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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