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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이 '목적' 삼킨 배신정국…경제활성화法 처리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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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발(發) 여권 지도부 교체 시도가 정치권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압력 파동이 모든 정치ㆍ경제 현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원했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는 오히려 이번 이슈에 휩쓸려 길을 잃게 된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 교체를 정치개혁의 한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목적'을 뒤흔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 의지대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도 결국 당내 권력다툼만 촉발시킬 뿐 민생이나 경제살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생산적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새누리당 지도부가 안정화될 때까지 모든 의사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보다 큰 문제는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가 전보다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그나마 유 대표를 "대화가 되는 상대"라 평가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합의를 무시하고 국회를 억누르는 정부를 오히려 역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국회선진화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야당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은 물론이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15조원 추경예산 편성 논의도 올스톱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물갈이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정부와 국회 사이 공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임 후 경제살리기를 위해 마련한 각종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장기 표류 중인데, 집권 여당이 야당을 설득ㆍ압박해 처리하려들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는 불만이다. 반면 정부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덜컥 합의해 정부로 이송한 건 박 대통령이 가진 그간의 불만을 표면화시킨 계기가 됐다.


유 원내대표가 물러난 자리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충실히 지원해줄 친박계 지도부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대표는 노선을 다시 정하거나 유 대표와 함께 물러나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후 청와대와 여당이 힘을 합해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싸움박질 국회'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유 대표 퇴진 후 비박근혜계(비박계)가 세를 모아 당권 탈환을 위한 행동에 들어갈 경우, 여당 내 권력다툼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어렵사리 국회법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박 대통령으로부터 단칼에 거부당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권위를 세우기 위해 독자행보에 나선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행정부 수장이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측면에서, 새누리당 스스로 선출한 원내사령탑의 노선을 존중하고 대화로 협력을 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되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경기, 메르스로 인한 불안한 내수 침체, 최악의 가뭄으로 허덕이는 민심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내분을 메르스보다 더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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