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성심 격리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3차 유행이 우려됐던 삼성서울병원의 잠복기가 종료되면서 국내 메르스 사태가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에서 닷새나 입원한 확진자 1명이 이날 숨지면서 보건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5일 세종정부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삼성병원에서 호송요원인 137번 환자(55)로 인한 추가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다.
137번은 27~29일 삼성병원에서 감염돼 발열 증상이 나타난 지난 2부터 10일까지 계속 근무했다. 137번과 접촉한 격리대상은 480명에 달하며 이중 160명이 고위험군인 환자여서 '잠재적 슈퍼확산자'로 꼽혔다.
이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과 신규 외래·입원이 중단되는 등 부분폐쇄 조치에 들어갔고, 잠복기는 24일 종료됐다.
추가 확진 여부는 계속 확인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접촉자 중) 유증상자에 대한 메르스 유전자 검사가 매일 200건씩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병원이라는 '큰 불'을 껐지만, '잔불'은 여전히 남았다. 특히 강동성심병원이 앞으로 메르스 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키팩터가 될 전망이다.
이날 메르스 사망자 명단에 추가된 173번 환자(70·여)는 지난 22일 확진판정을 받은지 사흘만에 숨을 거뒀다. 정은경 센터장은 "(강동성심병원에)입원하면서 폐렴 증상이 생겨 폐렴 치료를 받다 어제 사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요양보호사인 173번은 지난 5일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갈 때 동행하면서 감염된 뒤, 지난 10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발열과 허리 통증 등의 증세로 강동성심병원 입원한 17일까지 강동구 일대 병원과 약국 7곳을 거쳤다.
더욱이 강동성심병원에선 17일부터 22일까지 엿새간 머물었다. 정형외과 병동을 통해 입원할 때부터 X레이 촬영에서 폐렴 소견이 나타났지만, 격리될때까지 무방비로 노출됐다. 보건당국이 173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CCTV 등을 통해 확인된 접촉자만 2135명에 달했다.
정 센터장은 "역학조사관들이 입원 환자와 외래환자 뿐만 아니라 동행인들까지 전화조사를 계속하고 있어 접촉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성심병원 일반병동과 중환자실에 입원한데다, 접촉자수도 많아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폐렴 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76번 환자(75·여)도 확진 나흘만에 사망했고, 5~6일 이늘간 10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
아직까지 173번으로 인한 감염자는 없다. 이 환자와 병원을 함께 다닌 며느리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잠복기는 다음달 4일까지다.
보건당국은 강동성심병원 변수로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전망을 유보하고 있다. 권덕철 중대본 총괄반장은 "최대한 조기에 종식시킬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또 "173번 환자가 활동한 동선이 굉장히 넓다"면서 "밀접접촉자를 찾아내 증상이 나오면 바로 격리조치하는 등의 조치를 지켜봐야 앞으로 추이를 알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73번은 보건당국의 격리에서 누락된 사례다. 정 센터장은 "(강동 경희대병원에 같이간 환자가)이 분이 건강하다고 판단해 정보를 안주면서 관리를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메르스 향방을 결정할 또 다른 위험 요인도 있다. 정 센터장은 "강동경희대병원 투석환자들과 요양병원(구리시 카이저재활병원) 환자들은 상당히 고위험군"이라며 "이분들 사이에서 추가 환자가 생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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