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로엔은 엔터테인먼트 종목으로는 드물게 시가총액 규모가 1조원을 넘는다. 1조 8463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 9위(25일기준)다. 엔터주(株)로 묶이는 CJ E&M 이 5위로 로엔을 앞서지만 두 기업은 체급이 다르다. CJ E&M은 대기업, 로엔은 최근 SK계열사에서 독립했다.
에스엠·와이지엔터테인먼트 보다 인지도도 낮다. 아이유는 알아도 아이유 소속사가 로엔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엔터테인먼트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도 로엔은 소외 종목이다. 엔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로엔을 커버 하냐"고 묻자 "에스엠·와이지엔터는 커버해도 로엔은 분석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수차례 들었다. 심지어 한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작아서"라고 대꾸했다. 시총 1조8000억원이 넘는 회사를 두고 작아서 커버를 안한다? 의아했다. 희한하게도 로엔 보다 시총 규모는 작지만 인지도는 높은 에스엠과 와이지엔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았다.
그나마 로엔에 대해 목표주가를 내놓은 증권사는 올 들어 이베스트, KTB,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딱 네 군데였다. 최근 커버리지(분석)를 개시한 A 애널리스트는 "8월 이후부터 리포트를 내려고 했는데 지점에서 '시총이 큰데 왜 커버를 안하냐'는 요청이 와서 더 일찍 리포트를 냈다"고 귀띔했다. 지점에서 요청이 있었다는 건 이 종목에 대해 관심 갖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얘기다.
보통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을 커버한다고 하면 단순 보고서를 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수익 모델을 분석해 예측치를 통해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투자의견을 내는 걸 말한다. 로엔에 대한 보고서는 냈지만 목표가ㆍ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B 애널리스트는 "로엔의 경우 커버를 안한 이유가 딱히 있는 게 아니라 멜론이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거 하나만 보고 종목을 커버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대개 엔터 담당 애널리스트들 커버리지가 엔터·레저·미디어다 보니 음악 하나만을 커버하기엔 종목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 평가ㆍ목표가 등에 대해 뒷북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CJ E&M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CJ E&M 사업모델을 본뜨려는 한 엔터기업에게 "그게 되겠냐"며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올 1분기 호실적 달성에 주가까지 뛰자 그제야 "사업 모델 좋다. 1등주가 있으면 2등주도 있어야지"라면서 말을 바꿨다고 한다. 기업 분석보다 '대세'에 따라 의견을 낸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애널리스트들도 할 말은 있다. 엔터 기업은 제품이 아닌 연예인 즉 무형자산을 운용(?)한다. 사람이 자산이다 보니 상품가치를 매길 수 없고 어디서, 어떻게 매출이 발생했는지 구조를 따지기 어렵다. C 애널리스트는 "엔터기업 특성상 매출액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접근해서 추정치를 산출하기 어렵고 특히 중소형주는 목표가 산정에 변수가 많다"면서 "기획사 등 엔터기업들 커버리지가 많지 않은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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