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요청' 수정…정의화 의장 중재
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가 '분수령'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홍유라 기자] 국회는 15일 여야 합의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지 17일 만이다. 개정안은 당초 '국회가 시행령을 수정·변경토록 요구할 수 있고, 기관장은 이를 처리한다'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꿨다. 위헌 소지를 없애고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청와대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국회법 개정 논란을 끝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국회법 개정안에서 논란이 된 '요구'를 '요청'으로 수정하는 데 합의·서명했다. 법안은 정부로 이송됐다. 정 의장은 "정부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숙고하고 협의해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애서 이송하려는 취지"라면서 "정부도 충분히 감안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불필요한 충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초부터 강제성이 없고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의장 중재안대로 하면 걱정이 덜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행정부와 국회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정부와 청와대가 초당적으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면서 "국회와 정부가 정쟁에 휘말리지 않는 게 국민의 바람이라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까지 국회법 중재안 수용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었다. 일부 강경파들이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꺾지 않아서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동안 설득 작업을 펼친 끝에 이날 의원총회서 모든 협상 권한을 위임받았다. 중재안을 수용해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더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찬성론에 힘을 실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당이 재의표결에 협조하리라는 믿음도 작용했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 전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국회 부의·재의결을 통해 국회의 뜻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부의 여부는 국회의장에게 결정권이 있다.
중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선 국회 법사위원회와 마찰이 빚어지며 이송이 3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요구'를 '요청'으로 변경하는 건 의안정리로 국회법에 따라 문제가 없다고 본 반면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인 만큼 소관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눈속임하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법안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정부로선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정 의장이 중재안을 내놨을 때도 청와대는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강경론을 고수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이 이송되면 관련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장이 중재해 여야가 합의한 만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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