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전 서울시교통본부장, 최근 책 펴내 준공영제 허점 고발..."자본잠식업체 퇴출 규정 안 만들어 세금 낭비" 지적...다른 문제점도 비판
사실 준공영제 도입 후 파산한 버스 업체는 용림교통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한 곳도 없었다. 시는 이 업체가 2004년 준공영제 도입 당시 설립되면서 진 63억원의 빚 때문에 소송ㆍ차량 압류 등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파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는 이 업체의 파산으로 인해 해당 노선의 대체 운영자를 물색하는 한편 운전사 고용 승계, 법인 정리를 위한 적자보전분 지급 등 뒷수습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업체의 '파산'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금이 줄줄 샌다"는 지적을 받아 온 버스준공영제의 태생적ㆍ제도적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고발한 당사자는 최근까지 서울시 교통정책을 책임졌던 윤준병 전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현재 대기 발령 중)이다. 그는 최근 '서울을 바꾼 교통 정책 이야기'라는 책을 펴내 버스준공영제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준공영제로 시민 만족도가 향상됐고 버스 이용이 활성화됐으며 버스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됐다"면서도 "구조적인 문제는 태생적으로 존재했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본부장의 고백은 이렇다. 시는 2004년 버스 업체와 준공영제 실시 협약을 체결하면서 자본잠식업체 등에 대한 엄격한 퇴출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은 "1999년 고건 시장 시절 시작됐던 자본잠식업체 퇴출 작업이 준공영제 도입으로 중단됐다"며 "영세업체와 자본잠식업체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준공영제가 실시돼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재정 지원을 강요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잠식업체와 같은 부실한 버스 업체에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버스 업체에 대한 엄격한 퇴출 규정을 마련해 두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윤 전 본부장의 지적대로라면 자본잠식 상태였던 용림교통은 정상적인 회사라면 벌써 망했어야 했지만 시가 재정 지원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쏟아부어 유지시켜 오면서 세금을 낭비해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윤 전 본부장은 버스준공영제의 다른 문제점들도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시는 2004년 준공영제 실시 당시 버스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선권과 운송비용 보전, 적정 사업 이윤 등 '기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줬다. 이 바람에 버스업체 입장에서는 구태여 비용을 절감할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되게 됐다. 비용 절감ㆍ경영 효율화 등 자발적인 자구 노력이 실종된 이유다. 이는 고스란히 시가 매년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적자보전금의 증가를 불렀다. 윤 전 본부장은 "준공영제 도입을 위해서 소정의 당근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시작할 때 잘 정리해 두었어야 했다"고 술회했다.
윤 전 본부장은 필요한 적정 대수 이상의 버스에 대해 감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미비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는 준공영제 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선 조정ㆍ수요 감소로 남아도는 잉여차량(예비차) 중 실제 필요한 수준 이상의 버스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대당 5000만원의 유지관리 비용을 지원하도록 약속했다. 이후 버스업체 사장들은 재정 지원 감소를 우려해 협약에 정해진 차량 대수를 줄이는 감차 논의에 대한 협의 자체를 기피하고 있고 시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서울지역 버스업체들은 승객 수요보다 약 1500대의 잉여차량을 더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시가 이 차들에 대해 모두 연간 50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할 경우 매년 최대 750억원가량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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