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광복 70주년에 뮤지컬 '아리랑'을 만드는 것은 망각의 딱정이를 뜯어내서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다."(조정래)
조정래(72)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소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민족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을 다룬 대서사시다. 1990년 12월부터 1995년 8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됐고, 광복 50주년인 1995년 총12권으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기에 '아리랑'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제작은 더욱 뜻깊다.
조 작가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아리랑'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아리랑'은 '대한민국 작가로서 이걸 쓰지 않고서야 작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각오로 쓴 작품이다"고 했다. 그는 "역사라고 하는 것은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고 미래를 가리키는 지팡이다. 우리는 오천 년 세월 동안 천 번의 크고 작은 외침(外侵)을 당했다. 그리고 외침의 끄트머리에서 나라를 잃어버렸다. 그 굴욕과 치욕, 저항의 역사는 오늘과 내일의 방향을 잡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리랑'이 이 땅을 대표하는 뮤지컬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리랑이 우리 애국가를 대신했었다. 그래서 아리랑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흘러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또 "우리 역사는 지울 수도 없고 지워서도 안 된다.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살아냈던 그것이 바로 민족 정체성의 뿌리이고 핵심"이라고 했다. 또한 "뮤지컬로 다른 생명을 받은 '아리랑'을 통해 우리 국민이 응집되고 단결될 수 있길 소망한다. 민족적 증오와 울분에 공감하고 우리 선조들의 힘든 인생사를 통해 눈물 흘리게 하는 그런 작품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침략부터 해방기를 다룬 원작과 달리 뮤지컬 '아리랑'은 20년대 말까지로 시간을 한정했다. 수백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은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고선웅(47) 연출은 "누군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아리랑'을 뮤지컬로 만들어야 한다면 그 영광은 내가 차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방대한 내용을 압축해야 했기에 소설에 없는 관계가 새롭게 설정되고, 내용이 편집되기도 했다. 조 작가는 "내 작품이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가 될 때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며 "소설을 무대예술로 바꿀 때 그 특성에 맞게 둬야지, 욕심내서 개입하게 되면 작품이 산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여러분 하나하나가 모두 '조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정래는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출생했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소설 '누명'과 '선생님 기행'으로 등단했다. 주로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및 분단을 배경으로 상처받은 민중의 삶을 그려냈으며 대표작으로 '태백산맥'과 '아리랑'이 있다. '태백산맥'은 한국 소설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유산으로 꼽힌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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