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업계에 연금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황영기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제 2회 글로벌 자산배분포럼'에 참석해 "연금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투자업계는 동종업계 뿐 아니라 업종 바깥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시장의 파이는 커지겠지만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는 조만간 독립투자자문업자(IFA)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IFA는 증권사, 은행 등 특정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으면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법인으로 투자자 편에 서서 투자상품 등 자산관리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IFA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면서 제도 도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은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경쟁력이 IFA보다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IFA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외국의 경우 증권사가 판매하는 펀드보다 IFA가 추천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IFA는 투자 자문 수수료를 별도로 받는 만큼 운용, 판매보수가 높은 액티브 펀드보다는 ETF 같은 인덱스 펀드를 추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는 "특히 ETF는 펀드보다 수수료 등 비용이 낮아 연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증권업계가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운용사들도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경쟁력 제고를 촉구했다. 적어도 기본적인 모델 포트폴리오(MP) 전략인 디폴트 옵션 이상의 수익은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운용사들이 디폴트 옵션보다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100세 시대가 되면 수수료 한 푼이 아쉽기 때문에 낮은 성과에는 보상하지 않으려고 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펀드 분리과세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초저금리 시대 분산투자,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정부는 적극적인 가계자산 운용을 유도해 국민 스스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세제 정비, 지원 정책 강화에 나서야 한다"며 "대표적인 분산투자 상품인 펀드에 대해 장기투자, 해외투자에 대한 세제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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