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의서 '약관변경 명령권' 도입 논의
반대 여론 많아…당정 협의 이후 국회 처리 과정서도 논란일듯
정부 규제권 강화 VS 실패 바로잡기 위한 수단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시장에 '약관변경 명령권'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규제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명령권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아 향후 당정 협의 이후에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28일 당정협의를 열고 24년간 유지해 온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가제 폐지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유보신고제와 약관변경 명령권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요금인가제는 1991년 정부가 유무선 통신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 집 전화 시장에서는 KT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정부 허가를 받게 돼 있다.
인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당정이 검토 중인 제도는 유보신고제와 약관변경 명령권이다. 유보신고제는 정부가 요금제 출시여부를 허락하는 예전과 달리 일단 요금제를 신청받고 일정기간 이의제기 기간을 둔 뒤 시간이 지나면 자동 시행하는 제도다.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에는 이의제기 기간을 14일로 해 뒀다.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약관변경 명령권이다. 약관변경 명령권은 미래부에 통신사의 약관을 변경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다.
유보신고제의 경우 사업자가 우선 신고를 한 이후 14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한다지만 약관변경 명령권은 사업자 신고 즉시 정책당국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가 언제든지 마음대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칼'을 쥐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요금제를 신고하는 순간부터 언제든지 정부가 약관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더 큰 칼을 쥐게 되는 셈"이라며 "이는 시장자유론적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강병민 경희대학교 교수는 "약관변경 명령권은 경쟁촉진 등이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규제"라며 "요금인가제에서는 그런 권한이 없어서 실패한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당정협의에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은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 계획안도 논의해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는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능력이 된다고 판단되는 사업자들이 들어온다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사업자 허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단통법 그 이후 시장상황 시장구조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걸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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