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공적 사실이어도 별도 친일행위 있다면 상훈법상 '서훈공적 거짓' 판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독립유공자 서훈공적이 사실이라고 해도 뒤늦게 별도의 친일행위가 발견된다면 상훈법상 ‘서훈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된 경우’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3일 독립유공자로 훈장을 받았던 이항발 선생의 후손인 이모씨가 국가보훈처와 대통령을 상대로 낸 ‘독립유공자 서훈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의 조부는 1990년 12월 독립유공자로서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받았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2011년 4월 이씨 조부의 독립운동 공로는 인정되지만 친일단체 행적이 드러나 서훈취소가 결정됐다면서 훈장증 등을 반납하도록 통보했다.
이씨 조부는 일제 식민정책 협력 단체인 ‘백악회(창립 이후 민우회로 변경)’에 참여했으며, 민우회 이사장 다음 자리인 검사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서훈취소가 실체상,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국가보훈처장의 서훈취소 통보가 권한 없는 자의 행위인지, 기존 서훈공적 사유가 사실이라고 해도 별도의 친일행위가 발견됐을 경우 상훈법상 ‘서훈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된 경우’로 볼 수 있는지 등이다. 상훈법 제8조 1항 1호는 서훈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된 경우 서훈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심은 이씨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서훈취소는 권한 없는 국가보훈처장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국가보훈처장은 대통령이 서훈취소대상자를 확정함에 따라 이해관계인에게 실무적인 후속조치를 할 권한만 위임받은 것”이라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씨 조부는) 친일단체에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가담함으로써 일제 식민정책과 조선인 황민화 정책에 적극 부응해 친일행적을 했다고 보인다”면서 “상훈법의 서훈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하므로 서훈취소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였고, 이씨 조부에 대한 서훈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상훈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서훈취소 사유인 ‘서훈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된 경우’에는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새로 밝혀졌고, 만일 그 사실이 서훈 심사 당시 밝혀졌더라면 당초 조사된 공적사실과 새로 밝혀진 사실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였을 때, 서훈 대상자의 행적을 그 서훈에 관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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