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부패척결을 외치는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부패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홍콩 컨설팅회사인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가 최근 발표한 '2015 아시아ㆍ태평양 국가 부패인식'이 그것이다. 이는 아ㆍ태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 관리ㆍ경영자 1648명을 대상으로 올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가장 부패한 경우를 10으로 하여 0과 10 사이 숫자로 표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6.28로 지난해 7.05에서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부패하지 않은 순서로 여전히 중하위권인 9위에 머물렀다. 1위 싱가포르의 1.33, 2위 일본의 1.55, 3위 호주의 2.61에 비해 부패인식지수가 현저하게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관시(關係)문화를 이유로 부패한 나라로 여기는 중국(10위)의 6.98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설문조사 시기가 올해 1분기였음을 감안하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부패척결 노력이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조사결과다. PERC는 한국에 대해 '역내의 다른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부패인식지수가 높고,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부패를 줄이자는 말은 많았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다 보니 국민 대중의 실망과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참으로 낯이 뜨거워지게 하는 조사결과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관피아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과 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개정),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제정)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달 들어 일어난 성완종 리스트 파문까지 반영됐다면 그런 입법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PERC 부패인식지수가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최근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 4대 부문의 개혁을 서두르고 있지만, 어쩌면 그런 부문별 개혁보다 '부패구조' 개혁이 훨씬 더 시급한지 모른다. 이완구 총리까지 끼어있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범죄자 확인과 처벌을 다시 첫걸음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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