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UHD시청권", 통신 "6.7% 위한 황금배분"
정부, "통신용" 당초 입장 선회
정치권·방송사 입김에 변질
고가 UHD TV 보급률 낮아
방송장비 제조, 일본에 편중
"쪼기개 정책, 日배만 불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정부가 지상파 UHD(초고화질) 방송용으로 700㎒ 주파수 대역을 배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신진영과 방송진영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700㎒주파수 대역은 정확히 698㎒~806㎒ 대역의 총 108㎒폭을 의미한다. 원래 이 대역은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하던 주파수였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이 대역은 파장이 긴 저주파수여서 전파가 멀리 가는 특성이 있다. 기지국을 적게 설치해도 되기 때문에 '황금주파수'라 불린다.
정부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당초 700㎒ 주파수 대역을 통신용으로 배분할 계획이었다. 108㎒ 폭 중 40㎒ 폭은 통신용으로 미리 할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하겠다며 700㎒ 대역에서 54㎒폭을 요구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던 정부가 차츰 입장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치권 입김에 정부, 정책방향 수정 = 급기야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700㎒폭을 지상파방송과 통신에게 적절히 배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700㎒ 주파수를 방송과 통신이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정치권의 입김에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꾸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108㎒폭중 이미 재난통신용으로 배분한 20㎒ 폭과 통신용으로 할당한 40㎒ 폭을 제외한 나머지 주파수를 지상파방송에 할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방송 진영은 '보편적 시청권' 및 한류 확산 등의 이유를 들어 UHD 방송용으로 배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과기대 교수는 "UHD 방송은 유료매체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방송이 아닌 보편적 방송 영역이므로 모든 시청자가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라며 "지상파 방송을 통한 UHD 방송을 실시함으로써 보편적 방송 시청권 및 선택권 보장, 소득과 지역에 따른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HD가 보편적 시청권? = 하지만 반대 진영의 설명은 다르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통신과 달리 지상파방송에는 '보편적 시청권'이란 개념이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초기 단계에 불과한 UHD 방송을 온 국민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UHD TV도 아직 고가여서 대중화되지 못한 시점에 "모든 국민이 UHD 방송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한류콘텐츠의 경쟁력은 창작성과 스토리텔링에서 나오는 것이지 UHD로 제작한다고 해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우려되는 부분은 UHD 방송 장비 시장의 대부분을 일본이 점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방송기술 전문가는 "UHD는 당초 HD TV에서 한국에 뒤진 일본 가전 기업들이 방송사들과 손잡고 개발한 기술 규격"이라며 "우리가 지상파UHD 방송을 시작하면 소니 등 일본 기업들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의 비율이 6.7%에 불과한 상황에서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할당하는 것은 자원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UHD 주파수 할당 서둘필요 없어 = 전 세계적으로 지상파로 UHD 방송을 하겠다는 나라는 드물다. 대부분의 나라는 위성이나 케이블, IPTV를 이용한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700㎒를 포함해 UHD 방송용으로 신규 주파수를 분배하겠다는 국가는 없다"며 "700㎒를 한국에서 방송용으로 분배하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향후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700㎒를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다.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거나 계획이 있는 국가는 전 세계 267개국 중 115개국(43.1%)에 달한다. 인구수로만 따지만 85.8%에 이른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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