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경영성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표준협회의 어제 발표가 꽤나 눈길을 끈다. 지속가능성지수(KSI) 평가 대상인 기업 60곳의 5년간 경영실적을 조사한 결과 KSI가 높을수록 직접적인 수익의 증가를 보여주는 '총자산수익률(ROA)'도 높았다는 것이다. KSI는 환경, 여성, 인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이 회사 경영에서도 성적이 좋다는 이번 결과는 외국에서의 여러 조사 결과들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흔히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불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실적 간의 이 같은 정비례 관계는 이제 CSR이 단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거나 홍보수단으로 쓰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좋은 경영실적을 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요컨대 CSR은 윤리적 당위나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 요청이며 실익(實益)이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CSR의 제도화 흐름을 봐도 한국 기업들이 이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많은 나라들이 CSR 활동에 대해 공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나아가 법적 강제로 규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에 앞장서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에서도 이를 채택하는 나라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회계연도에 수행한 CSR 활동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도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CSR 보고서를 발간할 것을 권장하는 등 이를 점차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해외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갈수록 CSR의 이행이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물론 적잖은 한국 기업들이 이미 사회복지, 환경보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CSR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전경련의 '기업경영헌장'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동향과 비교할 때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공인들이 법보다 기준이 높은 선진규범의 울타리를 만들어 스스로 적용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고 싶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