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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은 제2의 문국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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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동영 전 의원은 제2의 문국현 전 의원이 될 수 있을까? 서울 관악을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정 전 의원이 거대양당의 틈바구니를 뚫고 국회에 입성한 문 전 의원의 '기적'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정 전 의원 관계자들은 2008년 문 전 의원이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이야기를 부쩍 자주한다. 정 전 의원측 핵심 관계자는 "문 전 의원은 2008년 총선에 나가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후보랑 붙어 50% 이상의 득표를 얻어 승리했다"며 "당시 민주당 후보는 10%도 얻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선거 역시 야권분열로 볼 수 있지만, 유권자들이 문 전 의원에 몰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야권분열로 인해 새누리당 후보에 어부지리를 안겨준다는 비판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다. 실제 당시 선거는 거대 양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통합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양강 구도를 문 전 의원이 비집고 들어갔다는 점에서 현재 선거구도와 닮았다. 당시 대승을 거뒀던 문 전 의원이 은평을과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 전 의원 역시 관악구에 소재한 서울대학교를 다녔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역적 연고가 없다는 점도 유사하다. 대신 문 전 의원은 총선전에 대선에 출마에 전국적 유명세를 탔었고 정 전 의원 역시 제1야당 대선후보로 17대 대선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전국구 유명 정치인이라는 점이 같다.


당시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는 탄탄한 지역조직과 지명도로 내리 3선(현재는 5선)을 한 인물이었으며, 송미화 통합민주당 후보 역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 3자 구도에서 43%의 득표율을 얻어 이재오 후보(45%)에 석패를 했던 쟁쟁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선거 결과는 문 전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며 두 정치인에 고배를 안겼다. 문 전 의원은 당시 선거에서 52%의 득표를 얻어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40.8%)와 송미화 통합민주당 후보(5.8%)를 제쳤다.

이같은 문 전 의원의 사례는 정 전 의원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거 승리 모델이다. 무엇보다 선거에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과 함께 제1야당을 압도적인 표차로 눌러 명망있는 정치인의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으며, 대안세력으로서의 입지를 다시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선거 상황과 정 전 의원이 마주한 상황은 같으면서도 또한 다르다.


정동영은 제2의 문국현이 될 수 있을까? 정동영.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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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당시 은평을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대운하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친이계의 좌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후보 때문에 선거 이슈 자체가 지역 보다는 전국적인 이슈에 맞춰져 있다보니 지역구 정치인보다 전국구 정치인이 선거를 하기 유리한 환경이었다. 관악을 선거는 박근혜정부 심판론이 부각되기는 하지만 당시 선거를 가르는 핵심 이슈는 아직 되지 못한 상황이다. 당시 이재오 후보는 대운하는 대선공약이라며 지역구 문제가 우선이라고 주장했지만, 선거는 대운하 심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선거는' 대운하저지사령관'을 자임한 문 후보가 승리했다.


더욱이 문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뒤 2008년 총선에 출마해 대선 후보로서의 유명세를 안고 있다. 반면 정 전 의원은 역시 2007년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이후 2008년 18대 국회에서 전북 전주덕진구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이후 19대 총선에 서울 강남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정 전 의원이 여전히 유명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대선 후보로서의 유명세는 당시에 비해 약화됐다. 시간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다른 점은 문 전 의원의 경우 당의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송 후보와 야권1위를 다툰 반면에 정 전 의원의 경우에는 당의 집중적인 지원을 얻고 있는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태호 후보 뒤에는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수개월째 놓치 않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있다는 점도 다르다. 18대 총선 당시 은평을에서 송 후보는 당의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는커녕 지도부에서 연합공천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입지가 좁아지기까지 했다. 18대 당시 송 후보는 홀로 뛰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관악을의 정 후보는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뒷배경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문 전 의원처럼 양강체제를 뚫고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까? 정 전 의원측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야권분열의 책임은 결국 3위를 한 사람이 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책임을 지는 쪽은 어느쪽일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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