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깃든 800년 이상 노거수, 유전자 영구 보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문화재청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천연기념물 노거수(老巨樹, 나이가 많고 큰 나무)의 유전자원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디엔에이를(DNA) 추출하거나 나무를 복제해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천연기념물 유전자원 보존사업은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등 평균 800년 이상의 수령과 높이 20m, 둘레 8m 이상인 천연기념물 노거수 6종 26본(은행나무 17본, 회화나무 5본, 느티나무· 향나무· 다래나무· 뽕나무 각 1본)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번 사업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조상의 생활 문화와 경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천연기념물 노거수의 우량 유전자(Gene)를 보존하고 그 혈통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백 년간 이어온 마을의 전통과 함께해온 이들 노거수는, 책에서 배운 역사적 사실과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들을 간직한 채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한 향토 문화적 가치를 품고 있다. 또한, 그 모양이 아름답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로서의 생물학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수령 약 1100년, 높이 42m, 둘레 15.2m로 우리나라 은행나무 중 수령과 높이에서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통일신라의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라서 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나무를 자르려 톱을 대자 피가 났다거나, 정미의병 항쟁 때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으나 이 나무만은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소리를 내어 알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세종 때 정3품 품계를 받을 만큼 우리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온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