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말러나 베토벤 곡을 담은 앨범이 상을 받는 이유는 지휘자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잘했기 때문이다. 말러나 베토벤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이 상은 제가 아닌 오케스트라와 지휘자한테 가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2015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54)은 최근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현대음악 부문을 수상한 데 대해 서울시향과 정명훈 예술감독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수상작은 서울시향이 연주한 진은숙의 '3개의 협주곡'이다. 2004년 음악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하며 최고 작곡가 반열에 오른 진은숙은 2006년부터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 겸 현대음악 공연 '아르스 노바'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지난 4개월 동안 박현정 전 대표의 폭언·성희롱 의혹과 정명훈 예술감독의 과도한 처우 논란으로 내홍을 겪었다. 진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녀는 "단체가 공격받게 되면 그것으로부터 단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대표다. 그런데 대표이사와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없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받은 상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서울시향의 성과와 존재이유를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에 대한 여론은 4월 예정된 미국 순회공연을 취소해야 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서민의 쌈짓돈을 털어 고급 문화인 클래식 연주가들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진 감독은 "과학자들은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예술가들은 궁극적인 아름다움이 뭔지 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술을 통해 내가 사는 곳을 풍요롭게 한다는 그런 의식을 갖도록 계속 설득해야 하고 이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는 열정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먹고 살고 죽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이상의 것을 기여함으로써 나는 존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니까 각자 다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면서도 "생산적 토론을 통해 풀어야지 인신공격적, 감정적, 비논리적 주장이 대세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아르스 노바'는 고전이 아닌 동시대 즉 현대 음악 경향을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공연이다. 진은숙이 선별한 음악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며 LA타임즈나 독일 최대 음악잡지 노이에 무직 차이퉁(Neue Musikzeitun)이 극찬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4월 1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아르스 노바 1은 실내악 콘서트로 현대음악의 해석에 있어 탁월한 재능을 가진 지휘자 최수열이 지휘를 맡는다. 서울시향 수석 베이스 안동혁과 함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미국 작품을 선보인다. 4월 7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아르스 노바 2는 관현악 콘서트로 프랑스 음악의 탁월한 해석가 정명훈이 지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이 현존하는 프랑스 대표 작곡가 파스칼 뒤사팽의 바이올린 협주곡 '상승'을 아시아에서 초연한다.
전 작곡가는 "아르스 노바를 통해 관객은 아시아에서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던 작품을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원들은 새로운 작품과 테크닉을 접하며 음악세계의 폭을 더 넓혀 왔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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