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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 소설가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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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 홈피에 소설 '이순신의 7년' 연재 중

[허진석의 책과 저자] 소설가 정찬주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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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53년에 걸친 생애 중에 마지막 7년을 전라도에서 보냈다. 1591년 전라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다. 정찬주(62)의 소설 '이순신의 7년'은 이 시기를 다룬다. 두 가지 점이 특이하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전라남도)의 홈페이지(http://www.jeonnam.go.kr/)에 연재된다. 둘째, 등장인물들이 '지방어(地方語)'를 사용한다. 이순신이 충청도 말을 하고 군관들은 전라도 말로 대답한다. 이순신이 군관 송희립과 함께 여도진을 살필 때의 일.

"송 군관, 여도진이 이상허지 않는감?"
"지 눈에는 수군진지로는 최곤디요."
"진지는 그려. 근디 자꾸 이상헌 생각이 든단 말이여."
"방비도 지가 보기에는 무난헌디요 잉."
"간밤 꿈자리가 사나우니께 그런감?"
"새로 멩근 전선도 문제가 읎었고라우."
"대꾸 뭣이 캥기니께 그려.“


정찬주는 전라남도 화순에 산다. 신라고찰 쌍봉사를 마주보는 산기슭에 흙과 나무로 집을 짓고 '이불재(耳佛齋)'라 했다. 그를 인터뷰한 14~15일, 서재는 작전사령부를 연상케 했다. 벽에 남해안의 지형과 수로를 표시한 전지 크기 지도가 걸렸다. 책상 위에 '방언사전'이 놓이고 서가에는 사서가 빈틈없이 꽂혔다. 여기서 매주 원고지 60장을 쓴다. 사립문에 '집필중' 이라는 피객패(避客牌)를 걸었다.

정찬주는 왜 주인공들에게 지방어로 말하게 할까. 이순신은 서울 건천동(현재 인현동)에서 태어났지만 여덟 살 때 충청남도 아산에 있는 외가로 내려가 무과에 급제한 서른두 살까지 살았다. 정찬주는 이 기록으로 미루어 이순신이 충청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본다. 언어는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람은 언어로 사고한다. 그는 언젠가 이불재를 방문한 손님에게서 들은 말을 소개했다. "예수는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목수 일을 했다. 사나이들 사이에 통하는 거친 언어도 사용했을지 모른다."


이순신을 다룬 소설은 많다. 작품 속 이순신은 '구국의 영웅'으로서 탁월한 지휘관이자 전사(戰士)이다. 최근의 소설 속에서는 지극히 세련된, 고뇌하는 남성상으로 나온다. 이순신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충청도 말을 급하게 하는 정찬주의 이순신은 아무 장식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이순신이어야 한다.


정찬주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가운데 한 명이다. 1987년 8월에 현대문학사가 펴낸 '80년대소설그룹신작소설집'에는 현길언ㆍ최수철ㆍ조승기ㆍ이창동ㆍ윤정모ㆍ김향숙 등 젊은 작가 열두 명의 작품이 실렸다. '80년대 올스타'라 할 이 책의 제호 '그림자와 칼'은 정찬주 소설의 제목이다. 그의 작품을 평론가 유한근(64)은 '서정적 리얼리즘'으로 해석한다. 그의 유일한 단편집 ‘새들은 허공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단편소설이라는 장르가 지닌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정찬주는 1990년대 이후 단편소설 쓰기를 멈추었다. 그뿐 아니라 문단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정찬주라는 이름은 이후 간행된 일련의 장편소설을 통해 확인된다. 성철 스님을 소재로 쓴 '산은 산 물은 물'은 밀리언셀러가 됐다. 2001년 화순에 이불재를 지은 뒤로는 세속과 인연을 끊고 작품으로만 소통했다. 그런 그가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소설을 연재하는 일은 뜻밖이다. 3년 전, 이낙연 지사(63)가 국회의원일 때이다. 이불재를 방문한 그가 "예로부터 예향이자 의향인 호남의 정체성을 드러낼 만한 활동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정찬주는 이때 이순신 이야기를 했다.


"이순신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약무호남 시무국가; 若無湖南 是無國家)'고 했다. 유득공이 정조 19년(1795년) 왕명에 따라 편찬한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에 실린 글이다. 이 지사에게 이 얘기를 했다. 그 뒤 잊고 있었는데, 지사에 취임한 뒤 문화 팀 관계자를 보냈더라. 대하소설의 지면을 얻기 어려울 때 이 지사가 발표공간을 내줘 고마웠다."


[허진석의 책과 저자] 소설가 정찬주 전라남도 홈페이지



'이순신의 7년'은 정찬주가 10년 넘게 준비한 작품이다. 지금 연재되는 글은 사료와 고증, 답사의 결과다. 그의 서재를 채운 '난중일기'와 '이충무공전서', '조선왕조실록', '연려실기술', '징비록'이 포함돼 있는 '서애집', '호남절의록', '임진잡록' 등 사서들은 책갈피가 너덜거린다. 그는 역사적 상상력을 넘어 역사적 리얼리즘의 세계로 나아간다. 기록을 검증할 때마다 임진왜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퇴행적이며, 식민사관이 깊은 데까지 스몄는지 깨닫는다고 한다.


"임진왜란은 왜군의 침입을 격퇴한, '승리한 전쟁'이다. 개전 후 2개월만 불리했고 그 이후로는 분투의 과정이다. 왜는 보병 16만, 수군 1만1천, 예비병력 14만에 이르는 대군을 파병했지만 다 죽고 8만여 명만 살아 돌아갔다."
"한 고등학교 교과서는 제2차 진주성 전투에 대해 '왜군은 10일 만에 진주성을 함락했다'고 썼다. 주어가 왜군이다. '진주성 안에 든 우리 관군과 의병이 10일 동안이나 분투했으나 중과부적으로 성을 내주었다'고 써야 맞다."


정찬주는 '이순신의 7년'을 통하여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그의 목표는 임진왜란을 역사적 사건으로서 총체적으로 다루는 데 있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음식과 풍속마저 아우르고자 한다. "이순신을 이순신일 수 있게 했던 호남, 그곳 출신의 장수와 군졸, 의병,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끝내는 지역과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성을 지닌 작품으로 완성하려 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배웅하러 나온 그는 사립문에 걸린 피객패를 말없이 바로잡았다. huhball@


[허진석의 책과 저자] 소설가 정찬주 정찬주 사진=백종하

정찬주 : 1953년 2월 11일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났다. 1983년 소설 '유다학사'가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단편집 '새들은 허공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천강에 비친 달' 등을 발표했다. 1996년 행원문학상, 2011년 화쟁문화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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