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어떻게 하면 이 선수를 살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속에 24시간 빠져 사는 것이 감독의 몫이다. 이제껏 실패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성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감독(73)이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파울볼' 시사회에서 '진정한 스승'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질문에 답한 말이다. '파울볼'은 2011년 9월 창단해 지난해 9월 해체된 국내 최초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과 당시 지도자였던 김성근 감독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김 감독은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양 원더스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애들'(선수들)이 모인 구단이었다. 이 영화도 같은 운명일 줄 알았는데 개봉하게 돼서 기쁨이 백배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야구에서 파울볼은 아웃도 아니고 다른 어떤 상태도 아닌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파울볼'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영화다. 이처럼 야구와 인생은 공통점이 많다. 김 감독은 "야구 안에는 세상살이의 기본이 있다"며 "둘 모두 실패와 시행착오가 늘 붙어다닌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야구인생에서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잣대가 프로야구 진출은 아니다"라고 했다. 자기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면 곧 성공이라는 것이다. 매년 '야구 낭인' 800~900명이 양산되는 것이 한국 야구계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감독은 "야구를 계속 하든 안하든 스스로를 몰아쳤던 경험은 선수들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현재 맡고 있는 한화 선수들에게도 이 영화를 보여줬다. 프로진출이 곧 성공이 아니기에 '파울볼'은 여전히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한화 선수들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눈물짓는 선수도 있었다는데 김 감독은 "야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다시 태어나서도 야구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감독 생활을 하면서 야구가 지겹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야구는 항상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처하는 것이 늘 자극이 된다. 야구인으로서 야구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명예롭고 행복하다”고 했다. (4월2일 개봉)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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