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시대에 접어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퇴자 등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울상인 반면 대출자는 이자부담을 덜게 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금융권과 소비자들에게 잇달아 후폭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12일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곧바로 낮아진 금리에 맞춰 자사 대출과 예·적금 상품의 금리 인하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들이 대출과 예금 금리 인하에 돌입하게 되면 대출고객들은 인하된 금리로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예금 고객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1년 전 5000만원을 저축은행의 연 3% 초반대 정기예금에 묻어뒀다가 이달 만기를 앞두고 있는 황만송(68)씨는 "1년 새 금리가 더 떨어져 이제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것 같아 걱정"이라며 "어디에 돈을 묻어야 할지 마땅한 대안이 안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윤치선 미래에셋연구소 팀장은 "지금까지 은행에선 신규고객에 한해서 2% 초반 금리를 주는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사라질 수 있다"면서 "특히 은퇴생활자들의 경우 똑같은 돈을 써도 필요한 돈이 더 많아지게 되고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월셋값 추가 상승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더 떨어져 주택을 빌려주는 입장에선 당연히 전세를 하지 않고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게 된다. 전월세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소비여력 자체가 더 줄어들어 경제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인하는 가계·기업 대출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더 떨어지면서 대출자들이 내는 이자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기업대출 금리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금리는 담보물·신용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하지만 시중금리가 하락한 만큼 연동해 대출금리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가 금융권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권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권의 대출 금리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예대마진 감소와 함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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