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지친 세입자 매매전환에 새 아파트 이주수요 더해져
청약제도 개편으로 택지지구 등 인기지역은 청약과열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내년 쯤 새 아파트 전세로 옮기려했는데, 요즘 전세 오르는 거 보니 아무래도 사는 편이 낫겠다 싶어 견본주택 한번 살펴보러 나왔어요. 세상에 전셋값이 일년 사이 5000만원이나 올랐다네요."(백모씨·42·용인시 풍덕천동)
겨울 비수기도 비껴간 아파트 분양 시장의 열기가 봄 기운과 함께 무르익고 있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분양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기존 아파트 거주자들이 새 아파트를 찾아 투자를 서두르면서 청약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전국적으로 아파트 5만8000가구 이상이 공급되는 가운데 다음달 3만2654가구, 5월 3만4257가구 등 대규모 분양물량이 연이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 1~2월에도 전국 곳곳에서 견본주택 여러 곳이 문을 열었고, 인기 단지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로 치솟을 만큼 몸값이 올랐다.
특히 정부의 대규모 신규 공공택지 지정 중단 조치로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여전히 분양가가 싼 택지지구나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분양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이달 27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이 종전 2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되는 등 청약 관련규제가 크게 완화된 영향이 크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1순위 청약자는 수도권 507만명, 지방 435만명 등 942만명이다. 여기에 수도권에서 새로 1순위 자격을 얻는 230여만명과 청약통장 가입 6개월이 지나 1순위가 된 지방 자격자 10만명(월평균)을 더하면 3월 1순위 청약자는 1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무주택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도 국민주택 등 공공아파트 청약이 가능해지고 청약 가능 주택형 변경도 자유로워지는 등 청약요건이 완화된 탓에 청약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봄 이사철을 맞아 가격 및 거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미래 투자가치까지 고려, 기존 오래된 아파트를 떠나 새 아파트 입주를 저울질하는 수요도 가세했다.
건설사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양시장의 열기가 꺼지기 전에 사업물량을 털어내려고 최대한 분양 일정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미 3월 첫째주 주말인 지난 6일 전국에서 견본주택 11곳이 문을 열었다. 3월 첫째주 기준으로는 200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견본주택 숫자다. 주말을 포함한 사흘간 이들 견본주택을 찾은 관람객 수도 10만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달희 삼성물산 총괄분양소장은 "공급부족과 신규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분양시장 분위기는 부쩍 살아났다"며 "서울의 경우 도심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와 전세난에 따른 매매수요 전환으로 상당 기간 분양시장 호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택지지구 등 인기지역은 청약과열 현상이 빚어지겠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신규 공급물량이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초과 공급이 우려되는 곳이나 지방 또는 비인기 지역은 추후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무리한 청약보다는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유망 단지를 중심으로 선별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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