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은 9년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겪은 신촌테러사건을 연상케 한다. 두 피해자 모두 얼굴을 공격당했다는 점과 이후 사건의 전개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06년5월20일 지방선거 유세를 위해 서울 신촌백화점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에 나섰다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받아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의 가해자인 지충호(50)씨는 10cm 가량의 커터칼을 휘둘러 박 대표의 뺨에 상처를 입혔다. 박 대표는 귀 아래부터 얼굴 오른쪽까지 11cm에 이르는 상처를 입고 근처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에 후송됐으며, 범인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잡혔다.
리퍼트 대사 역시 괴한의 칼에 의해 빰을 공격당했다는 점과, 가해자가 50대라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40분쯤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장소에서 강의를 준비하는 도중 피의자 김기종(55) 우리마당 대표로부터 뺨과 손목 등을 공격당했다. 피의자 김 대표 역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 제압당해 경찰에 체포됐다.
사건의 파장 역시 가해자들의 의도와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점도 유사하다. 신촌테러사건 당시 박 대표의 피습 이후 박 대표에 대한 동정론과 테러 가해자에 대한 분노 등이 합해지면서 한나라당은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을 석권했다. 당시 박 대표는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는 말로 대전 선거 상황부터 챙겼다. 당시 박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열세였던 대전 지역 선거 판세를 뒤집어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줬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의 경우에도 유사하다. 테러직후 여야와 시민사회는 한 목소리로 테러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피의자 김 씨가 가해 당시 외쳤던 '전쟁 훈련 반대' 주장은 도리어 한국 내에서 설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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