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재계가 금융권 여신이 많은 대기업 그룹, 이른바 주채무계열에 대한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주채무계열 중 재무구조에 나서야 하는 기업의 기준을 완화하고 약정 체결로 규제를 받는 기업의 경영상태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채무계열 제도 전반에 대한 건의서를 25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주채무계열은 신용(부채)공여잔액이 전년 말 대비 금융권 전체 신용공여액의 0.075%를 넘는 대기업 그룹으로 금융당국이 매년 선정한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하고 기준에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다. 약정을 체결한 기업은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실시해야 한다.
전경련은 이 같은 주채무계열 제도가 기업의 투자지원 보다는 부실방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제도에서는 기존 사업에 안주했을 때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경우, 약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약정 체결시 최소 3년 간 부채상환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확대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호황기를 겨냥한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이 제도로 인해 좌절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실을 사전 방지한다는 취지와 달리 기업부실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약정체결 그룹은 부실그룹으로 낙인찍혀 거래처를 잃고 조달금리를 오르는 등 영업·재무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룹 전체가 약정을 맺기 때문에 그룹 내 우량기업들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명목상 최대 14점까지 가점을 받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가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비재무평가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되도록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약정체결 기업에 대한 '낙인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채권단의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채권단은 기존 여신·금리 동결, 신규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약정서상에 신규자금 지원에 대한 내용이 있으나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송 경제본부장은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기업의 재무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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