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카세이·히타치·캐논 등 엔저로 인수비용 늘었지만 활로 모색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일본 기업들이 새해부터 해외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인수비용이 늘어났지만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시간) 일본의 화학 기업 아사히카세이가 미국의 배터리 전문업체 폴리포의 에너지 저장장치 부문을 주당 60.50달러, 총 22억달러(2조4300억원)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자사의 배터리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해외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같은 날 히타치제작소는 이탈리아의 항공 대기업인 핀메카니카의 철도 부문을 2500억엔(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인수는 히타치가 진행한 M&A 중 최대 규모다. 중국 철도차량 기업과 인수 경쟁 끝에 이뤄낸 성과다. 히타치가 2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린 이유는 20조엔(약 190조원) 규모의 세계 철도차량 시장에서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캐나다 봄바르디어 등 3강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히타치는 지난 11일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미국 펜타호를 600억엔(약 55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두 건의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 세계 1위 기업인 캐논도 지난 10일 보안용 네트워크 카메라 전문기업인 스웨덴의 액시스를 28억달러(약 3조500억원)에 사들였다. 보안용 CCTV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포화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7일 물류업체 킨테츠월드익스프레스는 CJ대한통운을 제치고 12억달러(약 1조3200억원)에 싱가포르 물류 업체인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했으며, 제약업체 오츠카는 미국의 항암제 전문기업인 아스텍스를 인수했다.
일본 기업들의 가파른 M&A 증가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기업 M&A건수는 사상 최대인 총 557건으로 2013년 대비 58건 증가했다. 인수 총액도 5조7740억엔(약 53조77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5000억엔(약 4조6500억원) 증가했다. 엔고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2년(515건)의 기록도 가볍게 넘어섰다.
이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M&A를 위한 실탄이 충분한 것도 공격적인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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