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소자본 창업의 대명사였던 '온라인 쇼핑몰'들이 무너지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해외 직구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주목을 받으면서 상당수 업체들이 사이트를 헐값에 처분하거나 아예 폐업을 하며 손을 털었다.
10일 인터넷 사이트매매 거래소인 사이트프라이스에 따르면 2월 현재 매물로 등록된 의류 관련 온라인 쇼핑몰은 총 5520개에 달한다. 대부분 매출 부진 등으로 더 이상의 영업이 어려워 정리하려는 경우로, 사실상 폐업에 가깝다. 매매가는 100만원 이하부터 15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500만원 안팎의 매물이 가장 많다.
사이트프라이스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 때문에 잘 운영하던 사이트를 갑자기 처분하기도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생각처럼 매출이 발생하지 않자 감당하지 못하고 정리하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매물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년간 온라인 쇼핑몰은 비교적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려는 젊은 세대들에게 '기회의 땅'처럼 여겨졌다. 일부 연예인들의 온라인 쇼핑몰 성공사례가 불을 지피면서 사이트가 난립, 치열하게 경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등록된 의류 관련 온라인 쇼핑몰은 총 8256개. 7210개 수준이던 2013년 말보다 14.5%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내수시장이 침체되는 동시에 의류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가 증가하는 등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업체들이 급증했다.
실제로 이달 초 폐업을 결정한 한 온라인 쇼핑몰 대표는 "10년 전 한국과 미국에 회사를 두고 쇼핑몰을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직구로 흐름이 바뀌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비용은 더 증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성 악화로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고 배송이나 환불 문제가 생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면서 "더 이상은 운영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쇼핑몰 창업자는 "대부분 저마진으로 싼 가격에 옷을 팔지만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불, 교환 서비스를 시행하다 보니 적자에 시달리는 곳이 많다"면서 "대형 포털 사이트 등에 무리해서 광고를 하는 등 마케팅에 큰돈을 쓰지만 최근엔 그 효과도 예전만 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 마저도 최근 고전하는 분야가 바로 패션"이라면서 "'패션왕'을 꿈꾸던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뛰어들며 경쟁이 극에 달한 상태여서 앞으로도 폐업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