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이 화제라고 하니, 나도 회고록이나 한번 써볼까 심히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책 제목은 '싸나이의 시간'. 결코 그분의 회고록을 흉내낸 제목이 아니다. 구성은 총 12장 786쪽으로 그간의 삶을 진솔하고 담대하게 담아볼까, 궁구하는 중이다. 역시 그분의 회고록 목차를 베끼지 않았다. 그분은 어수선한 시절 미묘한 회고록을 내놓는 바람에 정치적 역풍을 맞았지만 나에겐 정치적 부담이 전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니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다. 여하튼 이런 내용들을 담고 싶다.
"고위험-고수익 구조라는 주식투자의 특성상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것인데 잡주에 물렸니 어쩌니 주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그런 과장된 지적은 투자 전쟁에서 복지부동하게 만든다. 수익률을 봐도 (미래 예상 수익을 곱하고 더해) 114.8%에 이른다."
그분의 4대강 살리기에 견줄 수는 없지만, 직장인으로서 야근 활성화를 또한 이렇게 역설하고 싶다.
"야근 살리기 운동은 우리 회사가 경제 위기를 다른 회사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야근을 통해 우리 회사가 세계로 뻗어가는 모습을 꿈꿨다. 또한 야근 후 회식 자리에서의 술 잔을 따라 선후배 간 갈등을 허물고 단합된 조직을 추구했으며 주변 상권의 발전을 도모했으니 국제사회가 놀라고 있다."
그분의 선거법 위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부끄러운 과거도 숨기지 않을 것이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뗀 적이 여러 번이다. 당시 관행처럼 경찰에게 읍소하거나 당신(경찰)이 잘못 본 것이라고 억지를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읍소와 억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럴 바엔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런 담대한 모습을 지켜본 우리 동네 교회 목사는 "참으로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마무리는 반드시 이렇게 하리라.
"정직은 내 삶의 큰 자산이다. 때로는 곧이곧대로 하는 바람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결국 그로 인해 신뢰를 쌓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아, 그런데 어찌하여 이 글을 쓰는 내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을 견딜 수 없는 것일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과연 회고록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위대하거나, 대단히 뻔뻔하거나.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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