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유진기업·한글과컴퓨터 등 19개 기업이 만든 위장 중소기업 26곳이 지난 2년간 조달시장에 1000억원 이상 불법 납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 중인 3만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삼표, 다우데이타, 팅크웨어, 유진기업, 한글과컴퓨터 등 19개 기업이 설립한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28일 적발했다.
이들은 2013년 474억원, 지난해 540억원 등 지난 2년간 공공 입찰시장에서 총 1014억원 규모의 불법 납품을 진행했다. 이 중 케이씨씨홀딩스의 자회사인 시스원이 2년간 476억원을 납품해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공공 조달시장은 2013년 기준 113조원 규모로, 이 중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정부가 공공기관 입찰에 해당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국내 제조 중소기업만 참여시키고 대기업·외국기업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 지분 확보나 공장임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사례가 많아 조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삼표는 알엠씨와 유니콘(대전·광주공장), 남동레미콘(광주·연천공장) 등 5곳을 설립했다. 팅크웨어는 비글과 파워보이스 등 2곳을, 다우데이타가 미래테크놀러지와 다우인큐브 2곳을, 유진기업이 남부산업 화성공장과 아산공장을 각각 위장 중소기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 중소기업들의 유형도 다양했다. 중견·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의 대표나 등기 임원의 50%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가 9건으로 34%를 차지했으며,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대 출자자로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사례도 8건(31%)에 달했다. 납입자본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모기업으로부터 받고 있거나, 대표나 임원이 중소기업의 대표나 임원을 겸임하는 사례도 많았다.
업종별로는 위장 중소기업의 35%가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에 집중되어 있어, 83%가 레미콘 업종에 집중됐던 지난 2013년과 차별화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중견·대기업의 20억원 미만 소프트웨어 발주 입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은 이번에 적발된 위장 중소기업 26곳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공공 조달시장 경쟁입찰에서 참여를 제한, 즉각 퇴출시킬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매년 공공 조달시장에 진입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유진기업은 이에 대해 "남부산업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이전에는 법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며 "그러나 작년 3월 개정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 9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대기업 계열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면서 관수 물량 공급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인지한 남부산업은 작년 6월부터 관수 물량 등에 대한 조달청 입찰에 참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