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 상하이시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31개 성과 직할시 가운데 상하이시가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폐기한 것이다. 그동안 중소 도시나 군 단위에서는 GDP 목표치를 폐기한 곳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최소 70개 중소도시나 군 단위에서 GDP 목표치를 폐기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제는 성과 직할시 단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더 이상 GDP로 표현되는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해 "누가 당의 영웅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더 이상 단순히 GDP만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양송 상하이시 시장은 성명에서 "올해에도 상하이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조직적인 효율성을 높이고 질적 성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시장은 특히 상하이 자유무역지대(FTZ) 발전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상하이시의 GDP가 7% 늘었다며 목표치 7.5%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보콤 인터내셔널의 홍 하오 이사는 상하이의 GDP 목표치 폐기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중국이 GDP보다 물가나 고용 등 다른 지표를 더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조정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전문가들은 높은 GDP 목표치는 시진핑 정부가 추구하는 질적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GDP 목표를 맞추려다 보면 무분별한 개발 정책을 추진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환경 문제, 무분별한 도시 확장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7.5%에서 7.0%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4%를 기록해 24년만에 가장 낮았고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 목표치에도 미달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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