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국제유가의 바닥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6월이후 이미 60% 안팎의 하락을 보이고 있지만 좀처럼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의 셰일업계가 생사를 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서 저유가 사태는 예상보다 더 길고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8센트(0.4%) 하락한 45.89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원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도 ICE유럽선물시장에서 1.01달러(2.13%) 안팎의 하락을 보이며 46달러에 근접했다. 이번주 들어서만 WTI는 5%, 브렌트유는 무려 8%나 떨어졌다. 1월들어서도 모두 15%대 하락이다. 유가는 장중에는 더욱 불안하게 흔들렸다. WTI는 한때 44.20달러, 브렌트유는 45.19달러까지 내려갔다 가까스로 반등했다.
이날 유가는 OPEC의 주요 회원국인 아랍 에미레이트(UAE)의 수하일 알마주루에이 석유장관의 발언으로 흔들렸다. 그는 걸프 산유국들이 현재의 유가를 버텨낼 수 있다면서 지난 해 OPEC가 감산하지않고 산유량 을 유지키로 한 것은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가하락을 멈추기 위해선) 미국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이 (생산을) 자제해야한다”면서 “(그렇게되면) 60달러든, 70달러 또는 80달러가 됐든 전통적 산유국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마주루에이 석유장관의 발언은 최근 저유가를 유도하고 있는 OPEC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원유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는 셰일산업의 무릎을 꿇려서 장기적인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국제원유시장에서 OPEC의 비중은 지난 1980년대 50%를 상회했지만 최근엔 33%대로 떨어졌다. 더 이상 물러서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가격통제를 본연의 역할로 삼고있는 OPEC가 오히려 출혈 경쟁을 주도하게된 배경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OPEC 감산반대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20달러로 떨어져도 버터내야한다”며 회원국을 설득했다.
결국 승승장구하던 미국의 셰일산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셰일 오일은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단가로 인해 배럴당 90~100달러선에서 수지를 맞춰왔다. 실제로 채산성이 떨어지는 중소규모 업체는 조만간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CNBC는 셰일업계도 투자계획 축소와 비용절감 등 비상경영을 통해 힘겨운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월간 예측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내 원유생산량이 하루 72만배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와 미국의 셰일산업 간의 생사를 건 전쟁이 어떤 행태로든 마무리되기 전까지 국제 유가는 반등의 계기를 찾기 힘들 전망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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