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북중간 인적교류 및 네트워크 연구' 전망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과 중국간 인적교류가 줄어들어 양측간 혈맹관계가 향후 원상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은 14일 이교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함께 작성한 '북·중간 인적 교류 및 네트워크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2003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보도한 북·중 간 인적교류를 전수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외교 분야에서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북·중 간 인적 교류는 총 466회로 집계됐다. 이 중 북한이 중국을 방문한 회수는 189회,중국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77회로 나타났다. 양으로만 볼 때 중국이 북한보다 90회 정도 더 많이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북·중 관계의 유지와 개선을 위해 더 적극 힘을 쏟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김정일·후진타오 시대와 김정은·시진핑 시대를 비교하면 전자 시기인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인적교류는 428회로 연평균 47.6회였다
반면 김정은·시진핑 시대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양국 간 교류는 총 38회에 그쳐 연평균 15회 정도였다. 보고서는 "세간의 평가처럼 급감했고 이로써 북·중간의 인적 교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중 관계를 파행으로 몰아넣은 주된 이유"라면서 "그 결과 2014년 양국 간의 인적교류는 사실상 중단되다시피할 정도로 악화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군사 분야 교류도 급감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군사교류는 총 65회에 그쳤다. 군사분야의 인적교류는 2009년(7회),2010년(13회)를 제외하면 대체로 4~5회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김정일 시대에는 양국간 군사교류는 연평균 6회였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절반이하로 떨어졌고 2014년 현재까지 군사분야의 교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보고서는 "2009년과 2010년에 크게 증가한 것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이에 대응해 북·중 관계의 강화라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2013년부터는 경제 관련 정부 대표단의 교환이 전혀 없다. 해마다 북·중 간에는 몇차례 정부대표단이 상호 방문하는데 2013년과 2014년 상반기까지 그런 방문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도에 간혹 있었던 정부 조직 간 교류도 없었다.
보고서는 "이런 흐름은 2014년도에도 유지됐는데 이는 불편해진 북·중 관계라는 전제하에서 볼 때 의미심장하고 최근 북·중 관계가 변화되고 있다는 일부의 평가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중 간의 교류 원칙들도 지금에 와서 보면 거의 유명무실화된 듯하다"고 평가하고 "이것은 단순히 변화된 북·중관계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이 대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시진핑 지도부가 이끄는 중국은 북한과의 혈맹관계라는 과거의 틀에 발목을 잡히기보다는 보다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의 전환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전략적 부담으로 변하고 있는 북한에게 가능한 연루되지 않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북·중관계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북·중 간에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중관계의 미래가 혈맹을 토대로 한 과거의 관계로 다시 돌아가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양국관계가 파행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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