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투자 결정한 통 큰 뱃심
朴대통령 투자 요청 다음날, 국내 그룹중 MK가 가장 먼저 화답
SK·LG도 동참할듯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최대열 기자]재계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얼굴)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이 재계 맏형으로써 비전제시, 일자리 창출, 투자 등을 선도하며 재계 전체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워드 경영을 통해 재계에 이정표를 제시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장기간 와병중이어서 정 회장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 회장은 6일 오는 2018년까지 모두 81조원을 국내외에 투자키로 하며 정부의 경제활성화 요청에 즉각 화답했다. 재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상의 신년 인사회에서 기업들에 투자확대를 요청한 다음날 정 회장이 국내 그룹중 가장 먼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규모도 80조7000억원으로, 연간 평균치로 따지면 20조2000억원에 달한다. 종전까지 최대 투자액이었던 지난해 14조9000억원에 비해 35%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정 회장은 이에 앞서 올해 판매목표를 820만대로 제시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투자 결정은 내수경기 활성화를 통해 한국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정부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여타 그룹에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 LG 등 다른 그룹들도 현대차의 투자 패턴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조만간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를 발표, 청와대의 투자요청에 화답함에 따라 우리 그룹도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과거에 삼성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 최근에는 현대차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전체 투자액의 76%인 61조2000억원을 국내에 풀기로 함에 따라 다른 그룹들의 국내 투자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R&D 역시 국내에 집중된다. R&D 투자금액 가운데 85% 정도는 국내에서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R&D 인력 7345명을 새로 채용하는 등 고용창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B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투자발표는 투자확대, 국내 투자비중, R&D 등에 대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그룹들도 현대차의 매출 대비 투자비율, 국내 투자 비중을 고려해 투자요소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재계 맏형 역할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 부재와 경기침체, 환율위험 등 각종 악재가 터지자 정 회장이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가장 먼저 국내 안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써 달라며 100억원의 성금을 쾌척, 재계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 냈다.
정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해외에도 마찬가지로 양국간 민간외교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ㆍ미국 등 우리와 교류가 잦은 국가에도 잇따라 투자를 늘린 까닭에 양국간 우호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정 회장이 한몫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완성차공장의 경우 고용창출 및 전ㆍ후방산업간 파급효과가 커 전 세계 각지에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정 회장이 추진하는 현지화 전략과 맞물려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 경제 환경도 그렇고, 국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라며 "정 회장이 가장 앞장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계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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