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의 명태잡이 트롤선 '501오룡호'가 어제 오후 2시20분께(한국시간)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선원 60명 중 7명이 구조됐지만 한국인 1명이 숨지고 52명은 구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러시아 당국 등이 구조에 나서고 있지만 바람과 파도가 높아 구조작업이 지연되는 데다 수온이 영하 10도로 매우 차가워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가 생생한 터에 다시 선박 침몰사고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조산업은 어획물 작업 중 어창(魚艙) 등으로 해수가 유입돼 배가 기운 것으로 추정했다. 바람이 초속 20m에 파도가 4m 정도로, 강풍에 높은 파고로 배에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다. 기상 여건이 안 좋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업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령 36년인 배의 노후화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은 52명을 구조하는 일이 급하다. 정부는 러시아 등과 긴밀히 협조해 선원 구조와 수색 작업에 빈틈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선원 가족들에게 그때그때 수색구조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희생자 및 유가족에 대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무리한 조업을 금지하는 등 어업지도를 철저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원양어업의 안전 실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원양어선의 극한지역 선박사고는 4년 전에도 있었다. 2010년 12월13일 인성1호가 남극 로스해에서 침몰해 22명이 숨졌다. 낡은 배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원양어선의 노후화는 심각하다. 2012년 기준으로 만든 지 20년 이상된 노후 선박이 92.4%에 달한다.
원양어업은 1960~70년대 우리나라 주요 외화 획득원으로 경제발전에 큰 몫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유럽연합(EU) 등의 불법어업국(IUU) 통제 강화, 자원 자국화로 인한 조업 어장 축소, 어종 실종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이 악화하면서 선박 투자를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다. 현지 합작어업 등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노후 선박 교체 등 그에 걸맞은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