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금품 수수도 고작 '훈계'…박원순法의 '블랙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1000원만 받아도 '퇴출'이라지만...현실은 징계 적발해도 '훈계'로 그쳐...소청심사 시스템 제도적 개선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면 즉시 퇴출한다는 건 비현실적 얘기다. 돈 받았다고 징계를 받아 자리를 비웠던 사람들도 얼마 안 있다가 도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무원 비리 원천 봉쇄'의 내용이 담긴 '박원순법'을 서울시 산하 투자ㆍ출연기관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박 시장처럼 공무원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각 지자체장들이 '일벌백계'ㆍ'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강력한 비리 척결 의지를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 차원에서 해임ㆍ파면 등 고강도 처벌을 하더라도 공무원들의 징계 재심 기관인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감경돼 비리 척결 의지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아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4년 9개월 동안 서울시 공무원 253명이 폭행, 음주운전, 금품수수, 성범죄 등 범죄를 저질러 검찰ㆍ경찰에 적발돼 초기 강력한 징계를 받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를 거치면서 가벼운 징계 처분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

박 시장의 선언대로라면 당연히 파면ㆍ해임 등 퇴출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기간 동안 징계 대상자 중 절반(129명ㆍ51.9%)이 가장 가벼운 '훈계'를 받는 데 그쳤다. 이어 경징계 81명(32.0%), 중징계 22명(8.7%) 순이었다. 21명(8.3%)은 징계처분이 진행 중이었다.


경기도의 경우도 지난 5년간 성관련 범죄로 징계받은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감경받아 '살아남기'에 성공했다. 2010년부터 올 6월까지 성관련 범죄로 징계를 받은 경기도 공무원은 34명인데, 이중 17명이 소청심사를 제기해 8건이 징계를 감경받았다. 성폭력으로 3명이 강등ㆍ정직ㆍ감봉을, 성희롱ㆍ성추행으로 28명이 파면부터 견책까지, 성매매로 3명이 파면ㆍ정직ㆍ견책 처분을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거치면서 해임에서 강등, 파면에서 해임 등으로 징계수위가 낮아졌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소청심사위에 징계 감면을 요청한 공무원은 3644명인데, 이중 41%인 1511명이 징계수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소청심사위가 정상참작 등으로 무효, 감경 등 소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를 감경해준 비율은 2010년 352건(40%), 2011년 327건(39.5%), 2012년 364건(44%), 2013년 337건(43%), 2014년 6월말 현재 131건(40%)으로 평균 4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방공무원의 경우 2010년 기준 5년간 징계감면율이 66.0%에 달하는 등 '제 식구 봐주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징계 감면율이 높은 것은 시ㆍ도 별(지방직), 중앙부처(국가직) 별로 운영되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제도적ㆍ운영상 문제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0년 공무원들만으로 구성돼 '손이 안으로 굽는' 소청심사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간위원 참여를 권고했다. 금품비리ㆍ성폭력ㆍ공금횡령 등 심각한 비리는 애매모호한 사유로 감경해줄 수 없도록 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이후 중앙소청심사위에 비상임위원으로 민간인 5명이 선정됐고, 시도 소청심사위도 기존 국장급 공무원 3명(위원장) 외에 민간위원의 참여가 허용되는 등 일부 보완이 이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출석률이 높은 공무원 출신 상임위원들이 심사를 주도하고 있다. '깊은 반성', '성실 근무', '개전의 정', '정상참작', '포상공적' 등을 이유로 징계를 감면해주는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소청심사위 운영 문제를 제기한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당 의원실의 관계자는 "민간위원들은 모두 비상임으로 바빠서 참석율이 낮은 편으로 징계 감면 여부에 큰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며 "공무원법 시행 규칙상 금품비리 등 심각한 징계 사항에 대해서는 감면을 해줄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소청심사위가 대가성 여부, 상훈 감면 등을 참작해 봐 주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