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불륜남녀들의 귀를 쫑긋하게 할 뉴스가 대법원에서 나왔다. 회복불능의 파탄 상태에 이른 기혼자와 성적(性的) 행위를 하더라도 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내용이다.
한해 세 쌍이 결혼하고 한 쌍이 이혼할 정도로 '이혼율'이 높은 상황에서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불륜은 주된 이혼 사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형법 241조(간통)는 사실상 무력화된 것일까.
법원의 판결은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종종 엉뚱하게 해석하게 된다. 이번 사건이 특히 그런 경우다. 이 사건엔 남편 A씨, 부인 C씨, C씨와 '바람을 피운' 남성 B씨가 등장한다. A씨와 C씨는 경제적인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고, 장기간 별거했다. 부부관계는 이미 회복 불능 상태였다. C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해 '이혼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A씨가 항소하면서 이혼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 상황에서 B씨와 C씨의 애정행각 사건이 벌어졌다. 등산모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친밀한 사이였다. C씨가 혼자 사는 집을 찾아간 B씨는 C씨와 애무를 나누다 밖에 있던 A씨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이를 그만뒀다고 한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심 재판부는 B씨 행위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혼인관계가 파탄이 난 별거 남녀와는 외도를 해도 '무죄'라는 얘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일 날 소리다. 간통죄는 엄연히 살아 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간통행위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전제로 판결을 내렸다. 혼인파탄 상황이라고 해도 간통행위를 했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법률상 이혼관계가 아니라면 외도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판결이 '간통죄 무죄'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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