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오일 시장 진출 확대 싹을 자르기 위한 선제조치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미국이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은 급성장하는 미국 셰일가스·오일 산업에 한국 기업 진출을 사전 봉쇄하려는 선제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이 한국 업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5건 벌였고 이 중 1건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우리 강관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는 셰일가스·오일 생산 증가에 힘입어 미국 수출을 늘리는 우리 기업들의 싹을 자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한국산 유정용 강관(OTCG)에 9.89~15.7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무혐의'로 내린 정을 뒤엎고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업체별로는 현대하이스코 15.75%,넥스틸 9.89%, 대우인터내셔널,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 8개 업체 12.82%다. 우리 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무역위원회(ICT)에 항소한 상태다.
유정용 강관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시추에 사용되는 고강도 강관으로, 올해 북미지역에서는 셰일가수와 오일 생산 증가에 힘입어 15% 정도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미국은 셰일가스·오일 생산으로 석유생산이 급격히 늘어 2008년 하루 500만배럴이던 원유생산량은 10월 말 887만배럴까지 치솟았고 올해 안에 900만배럴을 돌파할 전망으로 강관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와 넥스틸은 지난해 각각 6억달러와 8억달러어치의 강관을 미국에 수출한데 이어 올해도 수출을 늘려오다 반덤핑 관세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물론 터키(35%)를 비롯,사우디와 필리핀,대만 등보다는 낮은 관세율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유정관의 가격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중국은 2011년부터 반덤핑 관세를 물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부 장관을 접견하고 미국 정부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반덤핑 관세 부과는 한국 내 가격과 수출가격 차이를 보고 미국 업체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느냐를 결정해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우리 업체들은 억울하게 느낀다"면서 "강관시장 전망이 좋아지자 미국 업체들이 제소했고 여기에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미국 의회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풀이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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