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당분간 출판시장 급랭 예상"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개정된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관행화된 도서 가격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판사들은 일단 "정가제 시행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자들은 출판사들이 그동안 애초부터 할인을 염두에 두고 책값을 매겼던 관행이 도서정가제 강화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출판사들은 당분간은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1인출판사 운영자는 "초반에는 출판사들이 서로 눈치를 볼 듯해 당장은 별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출판사들은 정가제에 따른 인하 효과가 다른 원가 인상 요인과 겹쳐 상쇄되기 때문에 책값 책정 기준을 낮출 여건이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독자들의 인하 기대에 부담을 갖고 있는 표정이다. 한 대형출판사 관계자는 "원가 들어가는 게 정해져 있고, 인쇄비도 갈수록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값을 올리면 판매가 안 될 테고, 내리면 남는 게 없게 되기 때문에 딜레마"라고 말했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도서 가격 인하가 도서정가제와 별도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출판계 불황으로 이미 정가제 시행 전부터 책값은 내려가고 있었다. 독자가 원하지 않으면 책값은 싸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19% 할인하던 책을 15% 할인하게 됐다고 해서 출고가를 바꿀 이유가 없다. 지금의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인해 책값이 싸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책값이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냄의 이진숙 편집장은 "당장은 소비자들이 체감상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단행본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편집장은 "출판계에서 도서정가제 도입을 주장한 이유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동안의 책값의 할인 효과를 걷어내고, 충분히 책값을 내릴 의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출판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데는 다들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출판사들의 막바지 할인공세가 정가제 시행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책 구매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 70% 할인받던 책을 제값에 주려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출판인들 사이에서 올해 매출은 (정가제 시행일 전날인) 20일까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가제 시행 여파는 출판사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가 더 많은 출판사들은 구간 할인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출판 및 도서유통업계는 19일 자율 규제협약을 체결하고 "개정 도서정가제가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가격 안정을 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관련 기관들은 출판유통심의위원회 산하에 '자율도서정가협의회'를 구성,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개정 도서정가제를 준수하고 위반사항이 적발 시 해당 지자체 및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에 신고, 시장 자율정화에 동참하기로 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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