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던 부동산 거래 소강상태…전셋값만 치솟아
전문가들 "국회 계류중인 법안 처리 안되면 다시 위기로 반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정부가 쏟아낸 각종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져서인지 시장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나던 매매 거래마저 소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전셋값만 치솟고 있어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법안 처리를 통해 시장에 숨통을 틔우지 못할 경우 과거보다 심각한 침체국면을 맞아 '더블딥'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선 분양가상한제를 탄력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 폐지 법률, 재건축 조합원에 주택 수만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대 쟁점 법안이라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래를 인위적으로 살릴 또 다른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내기도 어려운 만큼 정부가 예고한 방향대로 규제를 풀어 정비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재고주택시장의 거래 불씨를 살리자는 뜻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상임위원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 만들어진 규제를 과감하게 정비하겠다"면서 "규제 완화 효과가 시장에 전달되기 위해선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조성비와 국토부가 정한 기본형건축비 등을 반영해 일정 수준 이하로 공동주택을 공급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집값 급등기인 2005년 가격 부담을 줄이겠다며 도입됐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모든 공동주택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분양가상한제를 시장 상황에 맞게 특정 주택에만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2012년 9월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를 폐지하면 분양가가 올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 중 최대 50%를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쟁점 사안이다. 현재 이 제도는 올 연말까지 유예된 상태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세금 폭탄을 맞게 돼 사실상 정비사업이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수도권 과밀억제권 내에 있는 재건축조합원이 정비사업 이후 갖고 있는 주택 수만큼 새 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강력하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주택을 최대 5가구까지만 허용하는 수정안을 내놓고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피어나고 있는 부동산 법안 '빅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여당이 원하는 쟁점 법안을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제와 연계해 국회를 통과시키는 방안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셋값 단기 급등과 시장 혼란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 자금 지원 용도로 활용해온 국민주택기금을 주택도시기금으로 개편해 도시재생, 주거환경개선 등 '도시' 분야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규제가 없는 지역을 만들어 창의적인 건축물과 사업을 통해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회로 삼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부동산 규제들이 만들어질 때와 지금은 시장 환경이 판이하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이를 정상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발표와 시행 시점의 차이가 커지면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극심해지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양극화 해소와 선순환을 위해선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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