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상품 히트제조기 신성철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신사업추진부장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리테일(소매금융)은 다양한 디테일(섬세함)이 중요하고, 이 다양성이 먹힐 수 있는 시장이 중국입니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금융을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성철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신사업추진부 부장이 중국 금융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은 것은 '리테일(소매)'이었다. 국내은행의 해외 사업이 대부분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현지인 대상의 리테일 영업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뜻밖의 '호언장담'이다.
기업ㆍ개인 고객 중에서 중국계 고객들의 비중이 올해 5월말을 기준으로 절반을 넘어서는 등 하나은행은 중국 금융시장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리테일의 비중은 10% 수준이다. 그런데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이 비중을 4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신 부장의 구상이다.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국내에서 리테일사업부 팀장을 역임하며 하나은행의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개인상품 개발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금융에 기부를 접목해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자리 잡은 '바보의 나눔' 등이 신 부장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그렇다면 해외에 나간 모든 은행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현지화'의 해법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신 부장은 "브랜드 인지도와 지금의 점포망을 가지고 중국 대륙을 일시에 공략할 수는 없다"며 "전면전을 벌일 수는 없고 게릴라전을 해야 하는데 한류 등을 활용한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이 게릴라전에서 선택한 무기는 'IT'다.
그는 "중국 현지에서 지점을 확대하는 것은 비용, 정부의 승인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거시적인 차원에서 인수합병도 있지만 빠른 시간에 전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은 IT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부장이 중국에 와서 주목했던 것은 지하철 등에서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과일이나 아침을 주문해 먹었고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부를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준의 스마트 환경이 갖춰져 있는 셈이었다. 그는 "중국인들을 잡기 위해서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며 "전략적으로 서울에서 성공한 것들을 접목해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중국서 스마트뱅킹 플랫폼 오픈을 준비하는 등 온라인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승인과 향후 시장 활성화 정도에 따라 준비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 부장은 "전략상 국내서 성공했던 모델에 중국을 접목해야한다"며 "중국 특성에 대해 많이 연구해 최근 브랜드형 상품으로 카드나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브랜드형 상품은 '168'이다. 이는 2010년 하나은행이 급여이체와 중국 송금 시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168 통장'을 출시하면서 중국인의 정서에 맞춰 중국어 '一路發(부자되세요)'의 발음을 따 만든 것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하나 패밀리론'을 중국 현지 사정에 맞게 재설계한 '168 패밀리론'이 출시됐고 환전이나 송금 때 환율을 우대해주는 '168 카드'도 나왔다.
신 부장은 향후 3∼4년 내에 중국에서 리테일 영업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한류나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리테일을 확대하기 좋은 타이밍"이라며 "리테일은 시간이 걸리지만 단단한 돌처럼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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