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을 알 수 있는 조강생산력 '글로벌 TOP 10'에는 한국 업체 중 포스코가 유일하다.
한때 아르세로미탈, 바오스틸그룹 등과 함께 빅3권을 유지했던 포스코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 올해는 6위(3840만t)로 처졌다.
이는 중국과 일본 철강업체들이 2012년부터 잇달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포스코가 규모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그 사이 허베이스틸그룹(4580만tㆍ3위), 바오스틸그룹(4390만tㆍ4위) 등 세계 10대 철강사 리스트에 중국 업체 6곳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 대표 중공업 기업인 히타치와 미쓰비시중공업은 발전플랜트 사업 부문을 올 초 통합했다. 통합 법인은 20조원에 가까운 초대형 기업에 새 합병회사 매출은 연간 19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지멘스 38조원, 미국 GE가 33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가 되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인 M&A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국내 투자를 권유하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발이 묶여 있다.
최근 정부는 해외투자를 전체 투자 규모에서 제외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기도 하다. 기업들이 좋은 매물이 나와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결국 우물 안 개구리 정책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이후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 명목 아래 완성차, 정보기술(IT), 철강, 조선 등 전 제조업 분야 업체 간 M&A가 시도되고 있다. 각 제조 분야 대표 업체들이 헤쳐 모이는 방식으로 거대 리딩 기업들로 재탄생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섰다.
이렇게 재탄생한 거대 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 사냥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 외국직접투자(FDI) 규모에서 중국(591억달러)이 미국(574억달러)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의 자동차부품업체 왕샹은 미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업체 A123시스템스를 인수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 하너지는 미국의 태양광 업체 미아솔을 품에 앉았다.
일본도 아베 신조 정부 이후 일본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제한 지원과 함께 10조엔 규모의 추경 예산 집행을 추진했다. 일본 기업들은 아베 정부의 제조업 지원 정책을 등에 업고 글로벌시장 공략 채비에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 세계 조강생산력 2위로 부상한 신일철주금은 신일본제철과 스미모토금속이 합병해 탄생한 공룡이다.
반면 한국은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대기업 규제 정책 추진으로 기업들이 오히려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해외 유력 기업 인수합병이나 합종연횡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도 해외에서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각 회사 측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 위주 정책을 펼치면서 해외 M&A 시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간접적인 규제로 대기업들의 발이 묶이면서 중국과 일본에 대항해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 일본처럼 정부 주도로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 부흥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자동차, 철강, 조선뿐만 아니라 IT 분야에서도 중국과 일본과의 규모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제조업에 대한 정책 시각을 달리해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조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인호ㆍ황준호 기자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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