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최근 찾은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 팍슨백화점. 비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 탓에 인적이 드물었지만 아모레퍼시픽 매장에는 꾸준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옛 도심에 위치한 팍슨백화점은 오랜 전통을 지켜온 상류층 백화점으로 알려져 있다. 콧대 높은 팍슨백화점 1층에 아모레퍼시픽 4개 브랜드(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가 나란히 입점해 있었다.
처음 입점할 당시 2층 에스컬레이터 구석 신세에서 최근 한류 열풍 속 매출이 급등하면서 1층 중앙부로 위치가 바뀌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명품화장품과 나란히 경쟁하는 아시아의 '명품 화장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팍슨백화점 설화수 매장에 근무하는 우샤오젼(37)씨는 "중국 연예인인 탕웨이씨가 설화수 쇼핑백을 들고 있는 파파라치 사진이 찍힌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20~30대 경제력 있는 커리어우먼들이 주 고객이 됐다"며 "월 매출 50만 위엔을 달성하며 전체 40개 화장품 브랜드 중 매출이 6~7위를 기록할 정도로 빨리 성장하자 올해 1층 중앙매장으로 위치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탕웨이 효과를 본 덕분인지 설화수는 TV CF 대신, 연예인 등 유명인으로 구성된 '엘리트클럽'을 운영하며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우샤오젼씨는 "주로 유명인들이 쓴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따로 광고를 안한다"며 "한국보다 30~40% 가량 가격이 높지만 경제력 있는 여성들이 본인을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설화수 매장 왼편에는 유니폼을 노란색 꽃무늬 원피스로 통일한 마몽드 매장이 보였다. 마침 비비크림을 고르고 있는 20대 중국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류안난(25)씨는 "마몽드 BB크림이 가볍고 쓰기가 편해 사러 왔다"며 "한국 화장품이니까 동양인 피부에 잘 맞을 것 같고 또 한국 연예인이 예쁘니까 이것 쓰면 나도 예뻐질 것 같다"고 말했다.
맞은 편 라네즈 매장은 보습제품이 인기였다. 라네즈는 가두점 위주인 국내와 달리, 중국에서는 홍콩과 상하이 모두 백화점에 입점하며 크리니크(CLINIQUE), 비오템(Biotherm)과 경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돼 있었다. 라네즈 매장 매니저 쭈롱(32)씨는 "중국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촉촉한 피부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다"며 "나도 라네즈에 입사한 후 젊었을 때보다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명동'이라 불리는 최대 번화가, 남경로로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 SPA 브랜드 '포에버21'과 함께 '이니스프리'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니스프리 매장은 건물 외관을 수직정원으로 제작해 바람이 불 때마다 풀잎이 흔들리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남경로 '명물'로 자리잡았다.
매장 안은 한 사람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거렸다. 중국 고객들은 제주도의 청정 자연을 내세운 화산송이, 녹차 제품이 진열된 매대에 주로 몰려 있었다.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중국 전용 클렌징 화장품존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중국 현지 관계자는 "중국의 환경오염 이슈에 일본 방사능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보다 고가지만 나를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중국 여성들이 품질 좋은 한국 화장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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