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 8250만원 수능사업비서 집행…평가원 노조, "이번 사태는 성태제 전 원장의 독단에서 비롯"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관련 소송에 들인 수임료 8250만원을 수험생들이 낸 비용에서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험생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수험생들이 낸 돈으로 고액의 변호인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평가원 노동조합까지 가세해 애초 이 소송이 성태제 전 원장의 독단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아직 상고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평가원과 교육당국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수험생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10대 로펌에 속하는 법무법인 '광장'을 변호임으로 선임하고 지난해 1심에서 66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2200만원은 착수금, 4400만원은 승소에 따른 성공보수금이다. 이 돈은 '대수능사업비'에서 지출됐다. 대수능사업비는 수능 신청비용과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을 재원으로 해 구성된 항목이다. 평가원은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초 9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예산을 크게 증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진행된 항소심에는 1650만원을 썼는데 이 비용은 2015학년도 예산으로 집행했다.
이날 평가원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수능 세계지리 사태가 성 전 원장의 독단으로, 기관 구성원들의 의사소통과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성 전 원장은 수험생에게 미치는 피해와 공공연구기관의 책무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문항에 이상 없음'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며 "이번 2심 판결에 불복해 수험생들을 상대로 다시 법적 다툼을 벌인다면 향후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국민의 공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평가원은 정부출연금과 수탁과제 간접비로 운영되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이라며 "김성훈 원장은 성 전 원장이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사법적 해결보다는 교육적 해결에 힘쓰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패소 판결을 받은 평가원은 14일 이내에 상고할 수 있지만 아직 상고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판결문을 분석하는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국민과 수험생 앞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그나마 추락한 신뢰를 찾는 방법일 것"이라며 "법무법인 광장에 교육전문가가 많이 있다고 평가원에 권유한 교육부도 수험생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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