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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는 안전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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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가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88개 법안과 2개의 결의안을 표결처리함에 따라 법안 처리 0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회는 '식물국회', '불임국회' 등의 조롱의 대상이 됐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가로막혀 현안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돌려졌다. 세월호 사고의 우리 사회에 미친 충격과 심각성 등을 감안했을 때 세월호 특별법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국회가 들인 시간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150일간 정치권이 이뤄낸 성과물이 어제의 합의였다는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두고 총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하지만, 그 결과는 국민과 관계자들을 만족시키는 결과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4명의 특검후보군을 특검추천위원회에 추천하기로 했다. 특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제고하기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는 특검 후보군 선정 과정에 유가족이 참여한다는 야당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합의안이기도 하다.

유가족이 특검후보군 추천과정에 참여를 요구한 이유는 간단했다. 정치권과 정부를 향한 불신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아, 아빠는 왜 네가 죽어야 했는지 알아야겠다’라고 울부 짓는 유가족은 신뢰할 수 있는 진상조사절차가 마련되어 철저히 사고의 원인과 엉터리 구조과정의 책임자를 파헤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같은 단순한 목표를 두고서 여야는 극한의 공방전만을 벌였다. 그 결과는 단순한 법안처리 0건 만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심화였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168일이 지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안전해졌을까? 지난달 30일 홍도 해상에서는 유람선이 좌초되었고, 대전 타이어 공장에서도 불이 났다. 두 사건 모두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재난과 재앙은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수학여행이 다시 재개됐다. 이제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즐거운 시간 보내’라며 안심하며 즐겁게 손을 흔들 수 있을까. 부실한 세월호 국정조사와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정부의 설명에 이어 정치권 역시 다시금 유가족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 대한민국를 안전한 사회로 변화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먼저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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