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약세·불확실성 확대에 투자금 회수…한은 결과 따라 통화금융대책반 회의 열기로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주민투표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분리독립으로 결론 날 경우 외환시장에선 '파운드화 약세-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며 원·달러 환율하락을 부추기고, 주식 시장에선 영국 익스포저가 큰 글로벌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도 투표 결과에 따라 필요 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18일 금융권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표가 임박한 시점에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는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접전을 보이면서 해외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씨티은행은 "분리독립 가결은 영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단기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이 영향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경기둔화로 파운드화 가치는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리독립이 현실화됐을 때 우리 금융시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영국계 자금 이탈 가능성이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독립이 결정되면 금융 통화안정 정책, 세금 , 투자자보호와 관련된 명확한 재정적 타협이 단기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파운드화의 약세기조를 되돌리기 어렵다"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금 회수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국 국적의 외국인은 8월 말 현재 원화채권 1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전체 보유잔액 98조원의 1.1% 비중이다. 주식 보유액은 조금 더 높아 37조5000억원(비중 8.2%)에 달한다. 영국계 자금은 많지 않지만 유럽 전체로 넓히면 막대한 규모다. 유럽 국적의 외국인은 주식 134조4000억원(29.5%)을 보유해 미국(177조6000억원·39%)에 이어 2위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은 간접적으로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연구원은 "달러 강세·파운드 약세가 안 그래도 상승기조인 원·달러 환율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악의 상황엔 영국발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옮아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유럽 간의 무역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처이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은은 "스코틀랜드 국민투표 결과 발표 후 필요 시 금융, 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기 위해 국외 사무소와 연계, 24시간 비상점검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며 "필요 시 수시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득보다 실이 많은 분리 독립 투표가 성사되기 어려운 데다 지리적으로 멀어 한국에 영향을 준다해도 단기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않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영국과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멀고 무역규모가 크지 않아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찬성이 된다 해도 단기 악재에 그칠 뿐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제한적 파장을 전망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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