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외교부 대일 문화외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옛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극한의 대립을 보이면서도 문화 교류를 위해서는 장관이 주한 일본 대사와 함께 문화 행사에 참석하고 일본 민간단체 대표를 만난 데 이어 문화담당 국장도 문화외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18일 도쿄에서 16차 한일 문화외교국장회의를 갖는다. 이번 회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제15차 회의 후 4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회의에는 우리 측에서는 김동기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이, 일본 측에서는 신미 준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국장급)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양국은 그동안의 문화교류 현황을 평가하고, 청소년·스포츠 교류 등 양국 문화·인적 교류 증진 방안과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행사 추진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는 문화 분야 협력 증진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를 나타난 것이며, 앞으로 양국 문화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더욱 적극적이다. 윤 장관은 1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일한 문화교류기금 사메시마 후미오 회장 등 방한단을 접견했다.박근혜정부 출범 후 윤 장관이 일본 민간·경제단체 방한단을 접견한 것은 이번까지 세 번째다. 이날 접견에는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도 참석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만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관계를 맺는 원년이 될 수 있길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있다"고 말하고 민간·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기금 측이 지속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4월 야스쿠니 신사 춘계예대제 때 공물을 보내고 일본 각료의 참배가 잇따르자 예정된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원칙론을 고수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그는 이날 사메시마 회장 면담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과거사 문제와 여타 문제의 분리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문화뿐 아니라 경제교류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문화외교 행보를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윤 장관은 17일 기자와 만나 "대일 외교의 목표는 안정적 발전"이라면서 "문화와 경제교류는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게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에 벳쇼 대사와 나란히 참석해 한일 공연을 관람하고 벳쇼 대사와 한 시간 남짓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이달 중 도쿄에서 열기로 합의했지만 일본이 날짜를 잡지 않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일본이 자체 사정 때문에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한일 관계가 우리나라에 갖는 중요성에도 외교부의 이 같은 행보는 엇갈린 해석을 낳고 있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위해 잘해보자는 쪽으로 정부 내 기류가 바뀐 게 아니냐는 해석과 양국 관계 경색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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