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회장, 금융당국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이사회, "해임 강행" vs "법원판단 기다려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KB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법원에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등 법적절차에 돌입했다. 사퇴를 압박하는 금융당국에 맞서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맞대결을 선포한 것이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KB금융 이사회는 17일 저녁 개최되지만 임 회장 해임안을 두고 이사들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17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16일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금융 당국에 소송으로 맞불을 놓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 한 셈이다.
임 회장은 소장에서 "그동안 왜곡됐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서 KB금융 직원들의 범법행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KB금융그룹과 본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임 회장이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던짐에 따라 금융당국의 대응수위도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상한 시나리오 중의 하나였지만 착잡한 심정은 지울 수 없다"며 "법무팀을 구성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중인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임 회장은 2011년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정보이관에 대한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 사안과 관련해 임 회장에 징계 최고 수위인 '해임권고'를 내려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KB금융 이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법원이 임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해임을 결정하면, 임 회장이 법원에 내 놓은 가처분신청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이미 대표이사에서 해임됐기 때문에 회장직에 복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외이사간 견해가 상당히 달라 쉽게 만장일치 해임결정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일부 사외이사들이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해임안 상정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과반수의 의결로 가능하다.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임 회장과 사외이사 9명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임 회장의 직무정지로 사외이사 9명 중 5명이 찬성하면 해임안이 통과된다. 이사회는 이날 해임결정을 못할 경우 19일께 해임안을 두고 표대결에 돌입할 전망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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