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대해 부담금을 매기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당초 내년에서 2020년까지 늦추기로 하자 국내 완성차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국산 완성차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일 "(제도유예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그간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실제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크지 않지만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산차에서 거둬들인 부담금을 독일이나 일본에서 수입하는 차에 보조금으로 줘 국내 자동차산업이 역차별 당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해 왔다.
협회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환경친화적인 차를 개발하고 내연기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앞장설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최대한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나 쌍용차 등 중대형급 차량 비중이 큰 업체가 제도시행에 부정적이었던 데 비해 수혜가 예상됐던 일부 업체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엔진다운사이징(배기량을 줄이면서도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는 기술) 등 연료효율성을 높이거나 친환경 디젤차나 전기차 개발에 앞장서왔던 만큼 제도시행이 유예된 데 대해서는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정부의 정책혼선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이미 대통령 재가까지 난 사안을 연기한다는 건 정부의 정책신뢰성을 그만큼 저해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 헛발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렇지 않아도 국산 완성차의 연비가 유럽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제도시행이 늦춰진 만큼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이미 한차례 연기한 상황에서 다시 5~6년 뒤에 시행하겠다는 건 유명무실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당초 수송분야 온실가스 저감대책의 큰 축으로 꼽혔던 만큼 이번 유예결정으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우리 정부의 국제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제도가) 수송분야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했던 건데 시행이 연기돼 당초 계획했던 만큼 감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나서 국제무대에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공표했던 만큼 한국 정부의 공신력과도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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