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이혜영 기자] 집단폭행으로 숨진 윤모 일병이 상습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국방부가 4일 오전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것으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가해 병사들은 상해치사 등의 혐의가 적용돼 구속기소됐지만 살인 혐의 적용을 주장하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군이 재검토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고의성 입증 가능성 등에 비춰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살인의 의사가 있었는지에 대해 미필적 고의성이라도 인정돼야 하는데 단순히 죽을 수도 있으리란 사실을 예견한 정도에 그쳤다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 역시 "살인의 의사가 있었다는 가해자들의 직접진술이 나온다든지 폭행의 정도에 비춰봤을 때 흉기를 사용했다거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위를 가격했을 경우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진녕 변호사도 "지금까지 판례를 봐도 미필적 고의는 비교적 엄격하게 인정되고 있는데 죄질이 나쁜 것과는 별개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초기 수사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살인죄 혐의 적용을 추가수사를 통해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피고인 방어권 보장 차원, 수사절차 등을 고려해볼 때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당시 사실관계가 관련자들의 진술과 의료기록 등의 문건을 통해 추가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따라 검토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필적 고의라고 단정할 수 없어 살인죄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추가로 수사를 벌여 가해자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에 검토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는 있다"고 여지를 뒀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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