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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러 돈 줄죄기…러시아 은행 위기 불러오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3초

은행권 유동성 위기,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돈줄을 죄고 있다. 서방의 블랙리스트에 러시아 대형 은행들이 여럿 포함됐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기업과 가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국이 발표한 추가 제제안을 포함해 미국에서 자금조달이 금지된 러시아 은행들은 가즈프롬뱅크, VEB, 대외무역은행(VTB), 뱅크오브모스크바, 러시아 농업은행 등 모두 5곳이다.

유럽연합(EU)은 구체적인 은행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들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은행들은 스베르방크, VTB, 러시아 농업은행, VEB 등 이른바 '빅4' 은행들이다.


러시아 대형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국 금융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자산기준 러시아 1위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은행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1기 정부에서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내면서 러시아 경제를 이끌었던 게르만 그레프를 지난 2007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그레프는 특유의 강한 리더십으로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했고 은행의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스베르방크는 이 기간 러시아 소매 예금의 40%를, 기업 및 소매 대출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러시아 증시에 상장돼 있었던 이 은행은 2년 전 영국 런던 증시 상장을 통해 52억달러(약 5조3170억원)를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뿐 아니라 터키를 포함한 동유럽 8개국까지 진출해 있다.


러시아 2위은행인 VTB 역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를 불렸다. 스베르방크와 마찬가지로 VTB에도 대규모의 서방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VTB 지분의 60%는 러시아 정부가 가지고 있다. 나머지 40% 중 주요 주주들로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NBIM, 카타르 투자청(QIA), 아제르바이잔 국영 원유 펀드 등이 있다.


가즈프름뱅크의 경우 36%의 지분을 러시아 최대 가스 회사 가즈프롬이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개발은행인 VEB는 러시아 정부가 추진한 다양한 인프라 및 개발 프로젝트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러시아 농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농업은행의 존재감이 높다.


해당 은행들은 서구의 제재 여파를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VTB 측은 "서구 제재의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러시아 은행들의 지분을 대거 가지고 있는 해외 국부펀드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증권사 BSC프라임의 올가 나이데노바 선임 주식 애널리스트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은행들은 중국·이슬람 국가들과 같은 다른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은행들의 장기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미 불경기를 겪고 있으며 은행들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이 피해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정부와 기업, 가계의 유동성 위기로 확대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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