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1년 5개월만에 동네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간의 갈등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내달 1일부터 부임하는 안충영 3대 동반성장위원장의 능력이 취임 초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제과협회(회장 김서중)는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SPC그룹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 이행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서중 회장은 "파리바게뜨가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빠져나가 동네빵집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 같은 비도덕적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지난해 2월 동반위가 제과·제빵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동네빵집과 SPC그룹으로 대표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사이의 갈등은 일단락된 상태다. 법정까지 갈 뻔했던 양측의 싸움은 파리바게뜨가 동반위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부가 빵집 출점제한 거리 기준을 폐지하는 등 정책 기조를 규제완화로 돌리면서 평화 분위기가 깨졌다. 대형 프랜차이즈 사이에서는 '적합업종 권고사항인 500m 거리제한 역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이에 대해 동네빵집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파리바게뜨가 기존 뚜레쥬르 올림픽공원점 위치에 입점한 것도 갈등을 키운 요인이다. 김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300m 떨어진 지점에 동네빵집인 '루이벨꾸'가 있음에도 파리바게뜨가 동반위의 동네빵집 500m 내 출점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입점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또 제과협회는 이날 김포의 '이상용베이커리', 광양 '숨쉬는빵' 등 자사 조합원들의 피해사례를 보고하며 파리바게뜨가 동반성장 합의를 어겼다고 꼬집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모두 동반위와 논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1년 5개월만에 다시 양측의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동반위의 중재 기능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김포와 광양의 파리바게뜨 부정출점 사례는 적합업종 권고 내 예외사항에 해당돼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동반위 입장이지만, 제과업체 측은 "동반위 말만 믿을 수 없다"며 이날 간담회를 강행했다. 동반위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2대 유장희 동반위원장이 지난 4월말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이 3달이나 공석으로 남으면서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은 탓이다.
새 중재자 역할은 신임 안 위원장에게 맡겨졌다. 유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이달 말까지 위원장 업무 대행을 맡게 되지만, 이번 사건의 중재자로 나서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그의 전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동반위원장은 무엇보다도 철학이 중요한 자리"라며 "규제개혁과 투자촉진 분야에서 오래 종사한 안 위원장이 중소기업 입장을 생각해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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