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앞둔 사업지 23곳·2만2379가구 규모, 입주물량까지 줄어 전세대란 불가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 개포주공 등 대규모 단지의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코앞에 닥치자 서울시가 이주시기 분산에 나섰다. 한꺼번에 이주가 시작될 경우 강남 발 전세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선 것이다. 수요자들은 물론 정부에서도 서울시의 조정 시도가 불안한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강남권 4개 구청에 재건축 등 이주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때는 서울시와 협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 바로 이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가 구청 소관의 행정행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 전역의 정비사업을 들여다보고 사업진행 상황을 콘트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강남권 구청에 협조요청을 한 것은 5월 말 기준 재건축 단지 중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등의 시기에 도달한 사업장이 총 23곳, 2만2379가구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개포동 재건축단지에서만 4500가구의 이주가 임박해 있다. 2ㆍ3단지와 시영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또 5000가구 규모의 1단지와 3000가구 규모의 4단지도 사업시행인가를 요청해놓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가락시영이 대기 중이다. 최근 대법원이 사업시행인가 승인 결의를 취소해야한다고 판결을 내리며 주춤하고 있는 상태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이주로 인한 파급력은 경기권까지 확산될 수 있다. 가락시영은 134개동 6600가구로 재건축 후 84개동 9510가구로 거듭난다.
강동구 내 속도가 빠른 재건축 사업지는 고덕주공이다. 2ㆍ3ㆍ4ㆍ6ㆍ7단지 총 5곳 7360가구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강동구는 인근 임대시장을 감안해 이주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지별 추진 단계가 비슷해 자칫 이주 경쟁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또한 하반기부터 서울시내 입주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자 이주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겠지만 서울은 1만43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00여가구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강남권 4개구에서는 총 8개단지 3858가구에 불과하다. 작년 하반기 8442가구가 입주한 것보다는 54.3% 줄어든 것이며 상반기(4807가구)보다도 24.6% 적은 물량이다.
더욱이 신도시나 수도권은 비수기 영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서울에서만 마포, 용산 등 아파트 밀집지를 중심으로 전셋값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어 이주시기가 겹칠 경우 전셋값 폭등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매매시장에서도 서울에서는 최근 12주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세를 보이며 조정양상을 띠기 시작했고 재건축 매매가는 지난주 0.05% 상승했다.
이에 서울시는 강남 4개구의 단지별 사업단계 및 이주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전체 지구의 이주량을 감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역별 상황에 맞는 이주계획을 담은 인가조건을 부여하고 서울시 주택정책과와 공동주택과 등 관련부서와 긴밀히 협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중 이주를 앞둔 대규모 물량은 서울 일대는 물론 수도권 남부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며 "사업지별 이주시기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이주시에는 전셋값 폭등, 입주시에는 전셋값 폭락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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